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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한국 영화에는 상투적인 표현들이 있었다. 연인이 데이트를 하면 으레 숲 장면이 나왔다. 나무 사이를 두 사람이 마치 육상선수인양 마구 뜀박질한다. 여자는 “나 잡아 봐라!” 깔깔거리며 앞서 달리고, 남자는 이러한 그녀를 하하 웃으며 뒤쫓는다.

이 장면의 결말은? 그렇다. 누구나 알고 있다. 그녀가 갑자기 넘어지고, 놀란 남자는 황급히 달려간다. 넘어진 그녀를 일으켜 세우면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여자는 햇살에 눈이 부시는 척 스르르 눈을 감는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야릇한 분위기가 연출될 찰나. 장면이 싹 바뀐다. 에이! 관객은 좋다 말았다. 김샜다. 기대(?)만 잔뜩 하게 만들어놓고. 나쁜 사람.

영화는 내내 그러다 만다. 기대감만 부풀리고는 끝나버린다. 심지어 결정적인 순간에 영화가 끝나버리자, 혹시 다음 장면이 나올까 싶어 어떤 순진한 이들은 같은 영화를 한 번 더 보았다는 우스개 같은 소리도 있었다.

요즘의 주식시장이 바로 그 짝이다. 지수 2,000이라는 의미있는 수준을 넘어섰기에 이제야말로 무언가 역사를 만들까 기대감은 커지지만, 그럴 때마다 장면은 싹 바뀐다. 시장 참여자들은 허탈하다. 그래도 영화는 끝나지 않았으니 기대를 영영 버릴 수는 없다. 이번에는 어떨까? 주식시장이 뭔가 좀 화끈하게 움직여서 기대에 부응할까?

6월의 첫날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영속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은 주식시장의 상식이다. 호수의 물이 맑을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물이 공급되기 때문이듯, 주식시장에도 새로운 매수세가 들어와야 시장이 활력을 띨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매수세는 거래량으로 나타난다.

요즘은 어떤가? 주가는 그럭저럭 올라가는데, 에너지가 영 신통치 못하다. 거래량이 4억 주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날이 허다하다. 거래량이 부진하다보니, 주가는 억지로 밀려가는 듯한 양상이다. 그러기에 2,000선을 넘겼건만 화끈한 상승세가 나타나지 못하는 터. 지난주 금요일(5월31일)이 대표적이다. 개장 초의 상승폭을 시간이 갈수록 다 까먹고 말았다. 매수세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기는 힘겹다.

겉으로 나타나는 주가는 올라가는데, 거래량이 지탱해주지 못한다면 자칫 괴리(divergence)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거래량뿐만이 아니다. 기술적 지표를 살펴보면 슬슬 주가와 반대방향으로 돌아서는 것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차이킨 오실레이터는 뚜렷하게 코스피지수와는 거꾸로 하락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주 후반에는 0선을 밑돌면서 매도신호도 나타내었다. CCI도 마찬가지이다. 괴리현상이 엿보인다. RSI는 고점이주춤거리고 있다.

추세가 상승세라는 점에는 흔들림이 없다. 일목균형표를 비롯한 추세지표들은 여전히 또렷한 상승세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5일선-20일선이 골든크로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든든한 위안거리이다. 다만, 나의 불만은 앞서 주장하였듯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다시 말해서 거래량이 늘어나기 전까지 시장은 여전히 기대만을 잔뜩 부풀린 채, 별 소득 없는 7, 80년대 한국영화 꼴이 될 전망이다. 2,000선을 중심으로 지루한 공방이 예상된다.

(달러-원 주간전망)

볼린저밴드 기법을 좋아하는 분석가들은 지난주 달러-원 환율이 좋은 '교과서'가 되겠다. 환율은 볼린저밴드 상단에 닿기만 하면 즉각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으니 말이다. 밴드의 상단이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밴드의 하단이 지지선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 그대로 들어맞는 순간이다. 예컨대 5월29일 혹은 5월23일의 움직임이 대표적.

그렇다면 저항선에 도달하여 아래로 돌아선 달러-원의 추세가 하락세일까? 그건 아니다. 볼린저밴드 이론에서 상승추세/하락추세의 판단은 중간밴드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중간밴드 위에 있으면 상승세이다. 현재 달러-원은 중간밴드 위에 있다. 따라서 환율은 여전히 상승세이다. 아울러 중간밴드도 위, 아래 밴드와 마찬가지로 종종 지지선 혹은 저항선이 된다. 달러-원 역시 설령 밀리더라도 중간밴드가 위치한 1,122원선에서 지지를 받을 공산이 높다.

볼린저밴드 이야기만 잔뜩 했는데... 다른 지표들이라고 하여 하락세인 것은 결코 아니다. 일목균형표로는 환율이 구름을 훨훨 넘어섰으니 의당 상승세. 특히 볼린저밴드 중간밴드(1,122원)와 구름 상단(1,121원)이 서로 겹친다. 이래저래 1,120원대 초반은 막강한 지지력이 발휘될 전망이다.

TRIX, MACD, 스토캐스틱 등의 모멘텀 지표들도 별 이상 없이(코스피지수의 경우는 괴리현상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인즉 달러-원 역시 상승이 예상된다. 물론 내내 올라갈 수는 없겠고, 도중에 조정, 반락도 예상되지만 큰 흐름이 바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혹시라도 환율이 좀 밀리면 환영! 매수의 기회이다. 1,120원 초반에서 매수할 수 있다면 매력적일 터.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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