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국내 최대 종합건자재 기업인 KCC가 9년 만에 회사채를 발행하려다 급작스럽게 금리 변동성이 확대된 탓에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낭패를 봤다.

9년간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아 일종의 투자 가이던스인 개별민평금리가 없는 상황에서 금리마저 위로 튀자 투자자들은 극히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KCC는 이달 10일 5년 만기 2천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수요예측을 했으나 유효수요가 100억원에 그치면서 나머지 1천900억원 어치가 미달됐다.

발행일 당일 있을 추가 청약에서 투자자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주관사와 인수단으로 참여한 증권사들이 고스란히 미매각 물량을 떠안아야 할 판이다.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으로 발행 예정액의 절반을 책임지기로 했고 인수단으로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은 600억원, 신영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200억원씩 받아 주기로 약정이 된 상태다.

KCC의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미달이 난 것은 글로벌 경기 상황의 급변으로 금리 변동성이 매우 커진 탓이다.

수요예측일 전일인 지난달 29일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12bp 급등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역대 최대 규모로 국채선물을 매도하는 바람에 국내 기관들도 잇따라 손절에 나서면서 금리가 위로 급하게 튀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장이 양적완화(QE3)를 축소할 수 있다고 시사한데다 향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KCC는 '국고채 5년물 금리+(15∼25bp)'를 희망금리밴드로 제시했는데 밴드 상단인 스프레드 25bp에서만 100억원의 수요가 들어왔다.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금리 변동성이 확대돼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킨 탓도 있지만, KCC가 제시한 희망금리밴드 역시 투자자들의 마음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개별민평금리 수준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회사 측에서 제시한 금리 수준만을 보고 투자하기에는 리스크가 적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KCC는 희망금리밴드를 정하면서 신용등급(AA)이 같은 기업 중 금리 수준이 낮은 삼성토탈, GS에너지, CJ제일제당, GS EPS 등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재무안정성이 높고 그룹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기업들로 개별민평금리 수준이 등급민평에 비해 약 7bp 정도 낮은 곳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한 회사채 기관투자자는 "주요 품목의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을 정도로 안정적인 사업성과 함께 뛰어난 재무역량을 보유한 곳이어서 투자 매력도가 높기는 하지만 회사 측이 제시한 금리 수준을 무작정 따라가기는 부담스런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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