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우리은행이 ㈜STX 주식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STX그룹 핵심 계열사들을 자율협약이라는 틀에 묶어 회생시키려 채권 은행들이 애쓰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여 보겠다며 독자적 돌출 행동에 나선 우리은행의 처신에 곱지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4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포스텍에 자금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잡았던 ㈜STX 주식 653만주(지분율 10.8%)를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달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에 통보했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비율이 하락하면서 손실을 입었고,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감자와 출자전환 등을 통해 손실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감원이 매각하지 말라며 제동을 걸자 우리은행은 주식 처분을 일단 잠정 보류한 상태다.

그러면서도 실무적으로는 향후 배임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어 내부적으로 매각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과 산은이 매각을 자제해 달라는 공식 입장을 전달해 온다면 매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의 이 같은 일련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우선 STX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자율협약 '공동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어서다.

우리은행이 ㈜STX 주식을 처분하면 사실상 STX그룹의 구심점은 사라진다.

사실 STX그룹 오너인 강덕수 회장의 지분과 경영권을 보장해 주느냐 마느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러나 채권 은행들이 힘을 합쳐 회생을 위해 추진할 구조조정 자체가 처음부터 헝클어지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채권 은행들 사이에서 우리은행의 행동에 대한 비난이 나오고 있다.

나머지 은행들은 손놓고 있다가 나중에 손실을 다 뒤집어 쓰라는 것이냐는 불만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개별 은행의 담보주식 처분에 대해 하라 마라 할 입장이 아니다"는 게 공식입장이지만, 우리은행의 돌출 행동에 내심 불쾌해 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여파도 적지 않다. STX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는 요동을 치고 있다.

채권 은행 사이에 불협화음으로 비춰질 만한 이벤트가 나올 때마다 출렁이고 있다. 다수의 소액주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이러한 독자 행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워크아웃중인 금호산업의 계좌에 대해 가압류를 걸면서 채권단 사이의 분란을 자초했다.

금융당국의 중재로 결국 가압류를 풀기는 했지만 채권 회수 의사를 계속 유지해 채권단 간 갈등은 계속됐다.

그러다 느닷없이 지난 달 채권 만기 연장과 금리 감면안을 수용하기로 하는 '양보안'을 내면서 스스로 장애물을 걷어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에 오르기 위해 '관리' 차원에서 양보안을 낸 것 아니냐는 뒷말들이 나왔다.

채권 은행들 사이에 말들이 많았던 ㈜STX의 자율협약 체결과 자금지원안과 관련해서도 우리은행은 반대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채권 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동의서를 제출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역시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이 임박한 시점이었다. 이순우 행장은 세간의 예상대로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됐다.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처음으로 보인 행동은 ㈜STX 주식을 팔겠다는 것이었다.

오비이락일 수도 있다. 우리은행 자체적인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곧이 곧대로 볼 수 없는 행동들을 우리은행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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