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증권업계가 죽을 맛이다. 풀리지 않는 업황 부진에 작년에 이어 올해 실적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영업중인 62개 증권사의 2012회계연도 순이익은 1조2천408억원으로 전년대비 43.9% 급감했다.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였다. 4분의 1에 해당하는 15개사가 당기순손실을 봤고, 흑자를 낸 곳도 이익 규모는 평균 25% 감소했다.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4월 이후도 실적 부진 추이는 그다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문별로 봐도 그렇다. 투자은행(IB) 시장도 증시 전체의 침체와 더불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 1분기 IPO 공모시장 규모는 1천733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2011년 1분기 1조3천억대에 비하면 2년만에 비교가 안될 만큼 줄었다. 채권 주관ㆍ인수 분야에서도 같은 기간 20조원선을 턱걸이해 작년 1분기 대비 71%에 그쳤다.

여기에 수익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채권시장에서도 최근 금리급등에 따른 평가손실이 확대되고 있다. 금리 하락 흐름에 맞춰 채권 매수 포지션을 쌓았던 증권사들이 금리 급등세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각에선 일부 대형 증권사가 관련해서 거액의 손실을 봤다는 흉흉한 루머가 돌고 있다. 국채선물 손실이 제한선을 넘어서면서 내부적으로 트레이딩 정지에 들어간 특정 증권사는 손실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추세적 금리하락에 증권사 대부분이 일관된 포지션 전략을 가져간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수익을 낼 곳이 없이 한쪽으로만 치우쳐진 전략의 후유증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권업계의 돌파 해법으로 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산관리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장 숨이 턱까지 차오른 증권업계에 효과 빠른 처방은 아닐 것이다.

다만, 증권업황을 바라보는 일부 낙관적인 견해도 여전하다.

하반기 밝게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우선 개인들의 잉여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마땅히 갈 곳 없는 자금들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확대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 시기가 임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의 단기부동화 속에 자금이동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미국과 일본 등이 경기부양 정책들은 여전히 성공 가능성이 기대된다. 이러한 국면에서는 수익률을 찾아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통과에 따른 투자은행업 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적어도 기업신용공여 등이 허용된 대형IB를 중심으로 새 사업이 진행된다는 측면이 여전히 희망적인 점이다.

결국 이 대목에서 전제조건은 대외 여건의 개선이 중요하다. 일본의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가 순탄하게 진행되고 미국의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에도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창조경제론에 입각한 정부 주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시장의 신뢰가 전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증시는 `실물 반 기대 반'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실질적인 주변 환경의 개선과 아울러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견고하고 자신있게 보여야만 증권시장의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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