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삼성은 그동안 열세를 보이던 특허전 분위기를 반전시키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4일(현지시각)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특허를 침해했다고 최종 판정했다.

삼성은 작년 6월 애플의 모바일 기기 9종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했지만, ITC는 작년 8월 삼성의 주장을 기각하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후 삼성의 요청으로 재심리에 들어간 후, 당초 지난 1월 14일로 예정됐던 판결이 2월 6일, 3월 7일, 3월 13일, 5월 31일, 6월 4일로 다섯 번째 미뤄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어느 정도 삼성의 승리를 예측했었다. 특허 침해가 인정되면 몇몇 애플 제품에 대해 미국 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어 ITC가 고민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ITC는 지난 3월 판결을 연기할 당시 애플 제품의 수입 금지를 가정해 공익에 미치는 영향과 수입 금지 시 대체제품이 있는지 등에 대한 의견서를 요구하면서 이런 시장의 예상은 더욱 힘을 받었다.

ITC는 이번 판결에서 삼성이 특허 침해를 주장한 4건 중 3세대(3G) 이동통신 관련 필수표준특허(SEP)의 침해를 인정했다.

이 판정에 따라 ITC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 팍스콘 공장 등 해외에서 조립되는 해당 애플 제품의 수입 금지를 건의할 수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60일 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수임금지를 건의할 수 있는 제품은 아이폰3와 아이폰3GS, 아이폰4, 3세대(3G), 아이패드, 아이패드2 등이다.

현재로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국 기업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받아들일지도 미지수고, 설령 받아들인다 해도 대상 제품이 대부분 구형이라 애플이 입을 금전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삼성으로서는 애플의 안방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삼성과 애플은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 10여 국에서 50여 건이 넘는 소송전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1심 재판부로부터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물어야 할 배상금으로 5억9천950만달러(약 6천500억원)를 확정 판결받았다.

이 때문에 삼성은 애플과의 소송에서 다소 밀리는 양상이었지만, 이번 ITC 판결로 분위기를 뒤집게 된 것이다.

게다가 삼성의 유리한 상황은 이 뿐만이 아니다.

ITC는 작년 10월 삼성이 애플의 태블릿PC 디자인 특허 1건과 상용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예비 판정을 내렸지만,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29일 예비 판결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로써 삼성의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따라서 기존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재심사가 결정된 특허 4건 중 2건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 특허청(USPTO)이 무효 예비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ITC 역시 비침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애플로서는 최악의 경우 자사의 결백을 밝히질 못한 데 이어 삼성의 특허 침해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생겼다.

로펌의 한 특허법 전문가는 "애플로서는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짙은 ITC 판결에서 졌다는 점이 충격일 것"이라며 "이 때문에 미국에서 진행 중인 다른 재판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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