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8시 이사회서 법정관리 신청 의결

유천일 STX팬오션 대표 "최단기간내 졸업하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국내 3위의 해운사이자 1위의 벌크선사인 STX팬오션이 결국 11년만에 다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받게 됐다.

산업은행이 인수해 줄 것이란 기대로 버텨왔지만, 예상보다 심각한 부실에 결국 산은의 '인수불가' 방침이 확정되자 다른 대안은 없었다.

STX팬오션은 7일 오전 8시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중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와 회사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신청한다.

과거 STX그룹에 피인수되기 전 범양상선 시절인 1994년부터 2002년까지 법정관리를 받은 바 있는데 꼭 11년만에 다시 법원으로부터 관리를 받게 된 셈이다.

STX그룹 계열사 가운데 STX건설에 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두번째 기업이 됐다.

STX팬오션은 시황하락과 공급과잉이 가까운 미래에 해소되고, 발레 및 피브리아 등 향후 이익창출처를 보존할 필요가 있는데다 고가의 장기용선계약 조정을 통해 확실한 수익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불가피하게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정관리를 통한 인수ㆍ합병(M&A)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가 크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법원에서 회생절차 개시를 승인하면 STX팬오션은 재산처분이나 채무변제를 할 수 없고, 채권자들의 가압류, 가처분, 강제집행 등도 금지된다.

법원은 동시에 관리위원회와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을 들어 관리인을 선임한다.

법원의 감독을 받는 관리인은 지난 5일 새 대표이사로 선임된 유천일 사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STX팬오션은 법정관리가 개시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사회적 파장과 거래업체, 종업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STX팬오션은 해운업황이 초호황일때만 해도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낼 정도의 알짜 기업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전세계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해운업황도 침체로 접어들자 점차 부실 기업으로 전락해 갔다.

무엇보다 벌크선 부문이 전체 매출의 80%에 육박할 정도로 편중된 사업구조를 보이면서 해운업황 침체의 직격탄을 받았다.

벌크선 부문은 국제 원자재 해운 물동량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철광석과 석탄 및 곡물의 물동량은 급감했다.

특히 장기운송계약을 제외한 정기선 및 부정기선 운임과 대선수수료 등은 건화물시황 운임지수인 BDI(벌크운임지수)의 변동에 좌우되는데 2007년 말 1만포인트를 넘던 BDI는 2008년만 10분의 1수준으로 급락했고, 지난해에는 연평균 1천포인트를 밑돌았다. 1997년 이후 최악이었다.

이에 따라 STX팬오션의 실적은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2011년 1천55억원의(연결기준) 영업손실을 내더니 작년에는 손실규모가 3천177억원으로 더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역시 손실을 냈다.

잇따라 손실을 보면서 부채는 늘고 신용등급은 떨어지면서 자금조달도 막막해 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2009년말 2조5166억원이던 부채는 작년 말에 4조7천873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1조4천445억원에서 3조9천371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체 자산총계에서 총차입금과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41.67%와 28.95%에서 61.59%와 59.8%로 뛰었다.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융차입금의 비중(작년 말 기준)은 28.4%로 그 규모만도 1조1천636억원에 달했다.

STX팬오션은 차환과 자산매각,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1조3천2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영업이 죽으면서 사실상 '공수표'와 다름없었다.

최근에는 운전자금 부족으로 용선료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선박이 억류되는 상황으로까지 악화했다. 일부 선박은 기름 넣을 돈도 없어 항구에 묶여 있을 정도다.

STX그룹은 지난해 12월 사업구조 개편과 안정적인 재무구조 확충을 위해 STX팬오션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시황 변동성에 따라 실적 부담이 큰 조선과 해운사업을 모두 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해 조선은 살리되 해운은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STX그룹은 STX팬오션의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하면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처럼 되지 않았다. 극심한 해운업황 침체가 부담이 돼 국내 대기업들은 고개를 돌렸고, 국내외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도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올해 초 매각 방식을 공개입찰로 바꿨지만 응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결국 공은 2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은으로 넘어갔다.

산은은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등 실사단을 꾸려 인수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부실이 심각한데다 앞으로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자금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잠정 결과를 받아들고서는 인수가 어렵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렸다.

자력은 물론 채권 은행의 도움을 받아서도 경영정상화를 이룰 힘이 없는 '부실' 기업으로 낙인이 찍힌 셈이다. 결국 법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유천일 STX팬오션 사장은 "업황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돼 주주와 채권단, 화주 등 이해관계자에 대단히 죄송하다"며 "강도높은 구조조정 등 지속적 자구노력과 재무개선 추진으로 최단 기간내 법정관리 졸업과 동시에 조기 경영정상화를 도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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