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아베노믹스는 '퍼플 카우'(Purple Cow.보랏빛 소)와 같다. 퍼플 카우는 '보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제품'을 뜻하는 경영학 용어다. 누런 소만 가득한 들판에 보랏빛 소가 한 마리 있다면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이를 '리마커블'(Remarkable)하다고 표현한다. 퍼플 카우의 관점에서 보면 아베노믹스는 성공한 전략이다. 일본 입장에서 아베노믹스는 세계인의 시선을 확 잡아끈 히트상품이기 때문이다. 찬반 논란, 효과 논란 등 여러 가지 갑론을박이 있으나 그 자체로 아베노믹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국제금융시장을 지배한 단어는 아베노믹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리마커블함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최근 세 개의 화살로 불리는 일본 경제의 부활 정책을 모두 공개했다. 첫 번째(공격적 통화정책 완화)와 두번째 화살(재정정책 확대)은 그런대로 주목도를 높이는데 성공했으나 세번째 화살(경제성장 전략)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리마커블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닛케이225지수가 폭락하고 엔화가 급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베의 세번째 화살은 시장이 예상한 것에서 한발도 앞서나간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화려했으나 신선미는 없고, 알맹이 없다는 비판이 봇물 터지듯 나온다. 구체적 액션 플랜이 없고 실현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베 총리의 경제멘토인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 예일대 명예 교수마저 세 번째 화살에 요점이 없다며 혹평했다.

비판론자들은 아베 정부가 성장전략이 어떤 건지 감을 잡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리처드 쿠퍼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주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조차도 성장전략이 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그에 앞서 한국에 온 짐 로저스 역시 고려대 강연에서 "(일본의 경제정책은) 멍청하고 정신 나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를 실패했다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아베 정권이 세 번째 화살을 두루뭉술하게 발표한 것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특수한 상황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원전 재가동과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 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얘기들을 구체적으로 얘기했을 때 나올 후폭풍을 고려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7월 참의원 선거 전에도, 이후에도, 올해 하반기 내내 아베노믹스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 번째 화살의 구체적 내용에 어떤 게 담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베가 주창한 세 개의 화살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말이다. 한 개의 화살은 부러뜨릴 수 있지만 세 개의 화살은 부러뜨릴 수 없다는, 전국시대 다이묘(大名) 모리 모토나리의 명언에서 나온 것이다. 단합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이 즐겨 쓰는 경구(警句)로, 아베의 경우엔 세 가지 경제 정책의 유기적 조합을 강조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아베가 내놓은 세번째 화살의 완성도가 그만큼 중요하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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