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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승옥(金承鈺)의 작품에는 <염소는 힘이 세다>라는 이름의 단편소설이 있다. 1960년대, 서민의 삶을 그린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무기력하다. 예컨대 주인공 ‘나’는 어리고, 할머니는 나이 들었으며, 누나는 취직도 못 했다. 판잣집에 살면서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형편이다. 그러다 집에서 기르던 염소가 죽는다. 가족들은 이 염소를 땅에 묻으려다, 다른 사람들의 권고를 받아들여서 염소를 끓이고는 염소탕 장사를시작하는데, 이것이 가족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제목 그대로 ‘염소는 힘이 세다’가 되고 말았다.

수능 언어영역 공부를 하려는 것은 아니므로, 내용 파악은 이런 정도로 해두자. 꽤 오래전(1966년에 발표되었다)에 읽은 작품이었지만 제목이 워낙 인상적이었기에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지난주에 나는 주가와 거래량의 괴리, 즉 다이버전스(divergence)를 언급하였다. 주가는 올라가는데, 거래량은 주춤거리거나 되레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거래량뿐이 아니었다. 차이킨 오실레이터에서도 다이버전스가 발견되었고, CCI에서도 마찬가지였다. RSI 역시 주가는 오르는데 RSI 고점이 주춤거렸으니 의당 다이버전스였던 터. 다이버전스는 추세전환의 결정적인 신호로 작용한다. 주가는 오르는데, 기술적지표는 하락한다거나 반대로주가는 내리는데 기술적 지표는 오른다면 이는 심각한 괴리현상, 조만간 추세의 전환을 예상할 수 있는 징조이다.

다이버전스가 예고하였듯 주가는 후다닥 큰 폭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상승추세가 당당하던 시장의 분위기는 졸지에 바뀌었다. 다이버전스는 강력하다. 김승옥을 흉내 내어 “다이버전스는 힘이 세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그런데 나 역시 다이버전스를 발견하기는 하였으되, 지수가 지난주에 이처럼 큰 폭으로 내려앉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추세전환의 징조는 나타났으나, 지난주에는 그저 지루한 모습의 횡보양상을 보이는 정도이고, 그러면서 서서히 추세가 방향을 바꾸리라 예상하였지 지금처럼 거의 ‘수직낙하’를 연출하리라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시장은 참으로 천변만화(千變萬化),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자주 나타나는 곳이다.

여하간 그동안 상승추세의 근거가 되었던 일목균형표는 순식간에 망가졌다. 후행스팬은 26일전의 주가를 하향돌파하였으며, 기준선과 전환선도 다시 역전되었고, 주가는 구름 하단마저 무너뜨리고 추락하였으니 말이다. 구름 하단은 1,939선인데, 지난 금요일(6월7일)의 종가는 1,923에 불과하니 되레 구름 하단과도 꽤 멀어졌다. 그냥 하락한 정도가 아니다.

사람들은 JP모건이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하향조정한 것이 주가하락의 빌미가 된 것처럼 말하지만... 글쎄다. 내 생각으로는 순전히 시장의 분위기 탓이다. 추세가 강력한 상승세였다면 누가 뭐라고 했거나 상관없이 시장은 계속 삼성전자 등을 사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거래량도 부진하고, 오실레이터들은 하락하는 상황인지라 JP모건의 말 한마디가 ‘위력적’이 되었다. 결국은 분위기의 힘이다. 다이버전스는 힘이 세다!

시장의 추세가 한순간에 망가졌으니 이를 다시 추스르는 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겠다. 다만, 아무리 하락추세라고 할지라도 내내 하락하지는 않는 법이다(그리고 아직은 완벽하게 하락세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조금은 더 지켜보아야 한다.). 지난주의 하락폭도 컸고 일목균형표 구름과의 이격도 벌어졌으니 당장 이번 주 초반은 반등이 나타나야 할 순서이다. 일단 1,930 정도야 기대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정작 반등이 문제가 아니다. 그 다음이 훨씬 어렵다. 반등을 노려 포지션을 줄일 것이냐 아니면 적극적으로 매수의 기회로 삼을 것이냐... 내 생각을 말하라면 나는 위험을 줄이는 쪽에 서고 싶다. 엘리어트 파동이니 어떠니 다 떠나서, 주간차트만 척 보면 답이 나온다. 지지부진하지 않은가? 이런 판국에 포지션을 더 늘리기는 내키지 않는다.

(달러-원 주간전망)

나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대해 강의를 할 때마다 달러-원 환율과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가르친다. 주가가 오르면 달러-원은 내리고,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면 환율이 상승한다. 그게 상식이다. 뭐 굳이 ‘가르칠’ 것도 없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주의 경우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주가도 내렸고, 환율도 줄줄 미끄러져 내렸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절대’란 존재하지 않는 법.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더 그렇다. 어제까지의 진리가 순식간에 바뀌어버리는 곳이 주식시장이고 외환시장인지라 내내 예전 법칙에 매달릴 수는 없다. -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이다. 환율은 이번 주에도 더 밀릴까? 일단 결론부터 말한다면 “내리 하락하지는 않겠지 만 조심하라”가 되겠다.

일목균형표로 본다면 달러-원은 지난주 내내 하락하면서 상승추세가 상당 부분 훼손되었다. 하지만 금요일(6월7일)에는 더 밀리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구름 하단의 지지를 받았다. 코스피지수는 구름을 뚫고 아래로 흘러내렸지만, 환율은 아직 그런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여전히 상승세의 마련은 남아 있다. 구름이 지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격이 구름을 하향돌파하면 일단 구름과의 괴리를 줄이려고 반등하는 것이 상례이다. 달러-원은 구름 하단의 지지를 받았으니 더욱더 반등할 가능성은 크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서 97선까지 밀렸던 달러-엔도 차트에 아래 수염을 달면서 반등하려는 기색인지라(달러-엔 차트에서도 구름 하단의 지지를 받았다), 달러-원 역시 그 영향을 받으리라 기대된다.

그러나 지난주에 달러-원의 하락폭이 커지면서 달러-원의 상승추세는 상당 부분 약화한 상황이다. 이러한 형편에는 환율이 오르기는 하겠으나 큰 폭의 상승을 예상하기 어렵다. 구름이 걸쳐있는 1,120원대를 목표로 삼고 싶다.

*필자 사정으로 동영상 강의는 하루 쉽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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