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달러-원 외환딜러들은 올해 여름휴가를 반납해야 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아베 내각이 7월로 예정된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승리해서 자민당 장기 집권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달리 대안이 없어 그때까지는 디플레이션 탈출에 '올인'할 것으로 보이고, 이즈음 경제 성적표가 나오면 엔화의 방향성이 결정되고 달러-원의 방향성도 기로를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베노믹스 승패의 윤곽이 정해지는 이번 휴가철은 국내 은행의 달러-원 딜러와 수출 및 수입 업체 자금담당자들은 자리를 자칫 비웠다가 '여름휴가 간 사이에 환율이 거꾸로 갔다'는 악몽을 경험할 수 있다.

딜러들은 대체로 우리나라 입장에서 볼 때는 아베노믹스의 성공보다 실패가 미칠 부정적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베의 도박이 성공하면 과감한 정책에 소비자들이 반응하고 인플레 기대심리가 회복되면서 일본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여 엔화가 지속적인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입장에서 수출가격 경쟁력의 일부 약화가 우려되지만, 일본의 성장과 글로벌 수요의 회복으로 국내 수출 물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환경을 맞이할 수 있다. 또 일본의 대외 투자가 확대되면서 일본계 자금의 국내 유입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근본적 문제해결이 지연되면서 일본의 정책신뢰가 추락해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재정위기가 본격화될 우려가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 국채금리가 1%P 상승하면 정부의 연간 이자비용 부담이 1조5천억엔이 증가하고, 금융기관은 6조6천억엔의 천문학적 평가손실을 떠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경우 엔화 가치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글로벌 수요부진까지 겹쳐 우리의 수출 둔화도 불가피해질 수 있다. 글로벌 자금 흐름이 위축되고, 일본계 금융기관의 자금환수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될 위험도 커진다. 실제로 지난 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본과 유럽계 자금 회수로 서울외환시장은 '뒤통수'를 된통 얻어맞은 맞은 경험이 있다.

외환딜러들은 아베노믹스가 기왕이면 성공하길 바라지만 7월까지는 우여곡절이 이어져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이고, 그때그때 베팅 전략을 빈틈없이 수정하며 가다듬어야 한다.

딜러들은 올해 버짓(Budget)을 채우려면 엔화의 향방에 주목하면서, 변동성 장세를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봐야 하기에 무더위는 시작되지만 애당초 여름휴가는 꿈도 꾸지 못할 판이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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