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경제민주화 딜'은 없었다."

국내 대표 사모투자펀드(PEF)의 한 고위 관계자가 최근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작년 말 대선 때만 해도 IB 업계는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에 큰 기대를 걸었었다.

특히, PEF 업계는 대기업이 독식하는 국내 경제 구조가 일부라도 재편된다면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기대가 컸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면 구조조정성 딜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따라 관련 사업부의 매각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M&A 업계는 예상보다 잠잠했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며 "올해 들어 경제민주화 딜은 없었고, 오히려 MB 정권 말이 더 뜨거웠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으로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던 포스코는 작년 말부터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계열 광고 대행사 포레카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보유하게 된 국내외 유통시설 3곳의 일괄 매각 등을 추진했지만, 작년 말 매각 절차가 일시 중단된 이후 지금껏 잠정 중단 상태다.

PEF 업계는 대기업들이 불경기로 어렵다고 아우성치지만, 실상은 견딜만해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PEF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IMF 구제금융 시절은 재무유동성이 워낙 낮아 대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특히,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톱티어 대기업은 완전히 예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STX 등 해운·조선기업이나 건설사들처럼 업황 악화로 타격이 예상돼왔던 대기업을 빼고는 유동성이 괜찮은 편"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내걸지 않는다면 대기업의 스핀오프(spin-off·특정 사업부문의 분사) 딜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기업 빵집'이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사업(MRO)처럼 대기업의 중소·중견기업, 자영업자의 영역 침해 논란 관련 딜도 마찬가지다.

PEF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논의를 촉발했던 대기업 빵집이나 MRO 사업은 작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옳지 않다'고 지목해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매각한 경우"라며 "정부의 '강제매각' 요구가 없다면 이런 딜조차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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