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채권시장이 이른바 파킹 거래에 따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브로커들은 파킹 거래에 따른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고 어느 증권사 채권중개팀은 아예 해산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채권 파킹거래란 매매 확정이 이루어지고 난 후 매수자가 자금이 부족할 때 채권을 잠시 중개인에 맡겨 놓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결제를 하는 변칙거래 형태를 일컫는다. 자산운용사들은 자금이 부족하지 않더라도 수익률을 관리하기 위해 증권사 채권 중개팀에 종종 파킹을 부탁해왔다. 파킹거래는 금리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때는 별 탈이 없다가도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면 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이번에도한국투자증권이 자사 채권 중개팀의 손실을 감독 당국에 자진 신고하면서 파킹 문제가 불거졌지만 한 두 증권사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모 자산운용사와 연계된 채권 파킹 물량만5천억원 수준에 이른다는 게 증권업계의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중개 비중이 큰 중견 증권사들이 집중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 대학 동문으로 연결된 몇 개 증권사들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지목됐다. 모 증권사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채권중개팀이 해체됐고 또다른 모 증권사는 수억원에 이르는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지고 중견 브로커가 회사를 떠났다.

금융감독 당국은 아직 채권 파킹에 따른 문제를 지난주에 자진신고한 한국투자증권에 국한해서보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일부 중견 증권사의 건전성 문제로까지 미칠 경우 감독당국도 더는 관망하기 힘들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업계가 이에 민감해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감독당국이 이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경우 가뜩이나 얼어붙은 거래가 더 줄어들 수 있고 채권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킹 소동이 채권시장에 큰 변곡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가뜩이나 짐 오닐 전 골드막삭스 운용 회장 등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의 '구루'들은 미국채 10년물이 연 4%까지 가는 등채권 전성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최근 국내 채권 금리도미국의 양적완화가 조기에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반영하면서 살얼음판 장세다. 국고채 3년물은 올해 들어 한때연 2.44%까지 갔다가 2.88%까지 급등한 뒤, 지난 주말에 2.76%을 기록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 소동이 글로벌 금리 상승과 오버랩될 경우 큰 흐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보인다.

(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