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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 나도는 말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이번만은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라는 말이다. 이번은 과거와는 다른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번만은 예외적으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번만은 진짜로 달라, 이번만은! - 이렇게 사람들은 주장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똑같다. 역사는 반복되는 법. 이번이 과거와 달라지는 경우는 없다. 그런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말이 나돌 때가 꼭지였다.그래서 무섭다.

주가가 끝없이 올라갈 때, 사람들은 고소공포증을 느낀다. 이만하면 고점일 것 같아서 슬쩍 일부 물량을 팔아보지만 웬걸 주가는 더 올라가기만 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렇지, 이번만은 달라. 분명히 더 올라갈 거야' 확신에 찬 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뛰어들면 바로 그때가 꼭지이다. 예외는 없다. 끝없이 오르는 주가는 없는 법. 주가가 오르면 내리기 마련이고, 또 어느 정도 하락하면 재차 상승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다. 똑같다.

최근의 일을 복기해보자.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추락하기 직전인 5월말, 당시의 지수는 2,000선. 그때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알다시피 지수는 지루하게 횡보 양상을 이어가고 있었고, 거래량은 부진하기 짝이 없었지만, 우선주, 중, 소형주의 개별종목들이 각개약진을 벌이는 장세가 내내 이어지고 있었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상승추세의 첫 주자는 대형주가 되었고 시세의 끝자락은 우선주/중소형주가 장식했었다. 예외는 없었다. 이번도 똑같았다. 다만, 우선주, 중소형주의 상승세가 꽤 오랫동안 전개되었다는 것이 특징적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개별종목 장세가 몇 개월씩이나 이어지는 등 꽤 길어지자 일부에서는 '이번만은 다르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과거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으며, 중소형주의 상승세가 끝나면 대형주 등이 다시 치고 오르는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였었다. 사람들은 희망에 가득 차서 '이번만은 다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어떤가? 역시 그렇지 않았다. 이번만은 다르다는 말이 가장 무섭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솔직히 말하여 오늘 같은 때는 글쓰기가 매우 어렵다. 길게 할 말이 없기도 하려니와 시장의 방향이 너무나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확연한 상승세라면 얼마나 좋을까만, 실상은 정반대이니 답답하다. 지난주, 혹은 그 이전 주에 나는 차트에 추세전환을 경고하는 ‘다이버전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그 경고대로 지수는 추락하고 말았다.

일목균형표는 아연 ‘균형’을 잃고 하락세로 기울었다. 전환선은 기준선과 역전(데드크로스)되었고, 주가는 구름을 하향돌파하였으며, 후행스팬 역시 26일전 캔들을 무너뜨렸으니... 내가 즐겨 쓰는 말을 빈다면 ‘만사휴의(萬事休矣)’, 추세는 어떻게 손도 써보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물론 끝없이 추락하는 주가는 없는 법이어서 반등이야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대세가 완전히 기울어진 판국에 반등이 나타나보았자 그 위력이 얼마나 될까? 크게 기대할 것은 없겠다.

더구나 차트로 볼 때 미국이나 일본, 혹은 유럽 등의 상황도 악화하였다. 닛케이지수는 그간의 승승장구하던 상승추세였던 것이 최근의 급락 탓에 일목균형표 구름 아래로 무너졌으며, 중국의 상해종합지수마저 구름을 하향돌파하며 하락세로 전락하였다. 영국의 FTSE, 프랑스의 CAC 역시 구름을 하회하였다. 다만 미국의 다우지수 등은 아직 구름 위쪽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기준-전환선이 역전되는 등 과거의 상승일변도와는 다른 모습이다. 해외가 이런지경이니 우리 증시도 좋을 리 없다.

이번 주 전망도 여전히 비관적이다. 소폭의 ‘반등’이야 가능하겠지만 그건 대세가 아니므로 그걸 믿을 수 없는 노릇. 최대한 주식 비중을 줄이고 힘든 시기를 지나는 것이 최선이다. 아래로 지지선도 뚜렷하지 않다. 그저 답답하다.

(달러-원 주간전망)

다소 애매하던 달러-원 추세는 이제 뚜렷해졌다. 그렇다, 상승추세이다. 코스피지수가 아래로 밀릴수록 달러-원은 오르는 법이지만, 그것을 떠나 차트만을 보더라도 달러-원은 위쪽으로 확연하게 방향을 잡은 것으로 판단된다.

일목균형표로는 환율이 구름을 멀찌감치 발아래로 두며 상승세를 날아가고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비교적 중, 장기 지표로 사용되는 MACD, 이 지표는 지난주 초반에 매도신호를 잠시 발령하였다가 다시 매수신호로 수정하였다. 일목균형표의 주장, 즉 큰 흐름은 상승세라는 것을 재차 증명하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약간은 추세가 흔들릴 수 있다. 여러 지표가 ‘조짐’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스토캐스틱은 과열권에 접어들면서 %K곡선과 %D곡선이 교차하였다. 단기매도신호이다. TRIX은 아직 매도신호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역시 과열권이다. RSI도 꽤 높은 수준이다. CCI는 +200선을 넘기지 못하고 아래로 돌아섰다. 따라서 단기지표를 종합한다면…. 당장 즉 오늘 내일부터는 아닐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세가 주춤거리거나 혹은뒤집힐확률이 높아졌다.

달러-원 환율이 이번 주에 조금 더 오른다면 ‘롱’ 포지션의 차익을 청산하는 전략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싶다. 볼린저밴드 상단은 1,137원인데, 지난주에 달러-원은 볼린저밴드 상단에 닿기만 하면 윗수염을 길게 늘어뜨리면서 아래로 내려서는 모습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번 주에도 또 그런 모습이 반복된다면 더 볼 것 없다. 조정국면이 시작되었다는 강력한 신호로 간주해야 하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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