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좋은 회사가 일시적 어려움에 빠지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회사를 응급실에서 사고 싶다."

워런 버핏이 십여년전 미국 경제지 칼럼 기고문에서 밝힌 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된 2008년 이후 5년간 장기 침체를 겪어온 주요 투자시장에서 서서히 '바겐헌팅'(bargain hunting)의 견해가 나올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경기와 투자시장의 순환을 믿는다. 산이 높을 수록 골이 깊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워런 버핏은 또 이렇게 말했다. "30년전 아무도 베트남 전쟁, 임금과 가격 동결, 두번의 석유파동, 대통령의 사임, 소련의 붕괴, 하루 508포인트의 다우지수 하락, 국채금리의 급변동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런 그 어떤 거대한 사건도 벤 그래함의 투자원리를 조금도 바꾸지 못했다."

벤 그래함의 투자원리는 '내재가치'와 `현재가격' 사이의 갭을 찾아서 저평가된 회사가 제 값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보유한다는 간단한 원칙이다.

많은 분석가들의 말대로 부동산버블 붕괴에 따른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각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정책에 따른 후유증과 무기력함이 최근 몇년간 시장을 짓눌렀다고 생각해보면 최근 발표된 6월 미국 주택건설업협회(NAHB) 주택시장 지수가 7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판단의 기준선인 50선을 상회한 52를 기록한 것이 의미 심장하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17일 발표한 엠파이어스테이트 신뢰지수는 플러스 7.84로 전달의 마이너스 1.43에서 크게 뛰어올랐다. 아직 섣부르지만 글로벌 경기의 척도인 미국 경제에 대한 회복 신호를 낙관할 대목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어떤가. 국내 경기 역시 부동산시장의 회복, 특히 주택가격의 지지력이 확보돼야 만 전반적인 투자시장의 여건이 좋아질 것이란 시각은 여전하다. 서울의 미분양 물량은 올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주택매매거래는 지난 1월 2천451건에서 4월에 1만438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이를 놓고 일부에선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하락 추세가 마무리 될 것이라는 해석의 단초로 인용하고 있다.

주가는 어떤가. 코스피 2천선에 막혀 거래량 부진과 시세 분출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정체된 기간만 거의 2년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주식시장 역시 지속적인 주요국 부양책의 효과라든가 이머징마켓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제고 등 가능성에 힘입어 가치투자에 대한 의견들로 힘이 실릴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물론 채권시장의 경우 미국과 일본의 유동성 공급이 축소되는 출구전략이 강화된다면 최근 벌어지는 가격 급락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면서 금리가 오를 경우 일방향 베팅이 아닌 `치고받는' 활황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는 점에선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국내기업들의 위기탈출 가능성이다. 한계 기업군으로 인식되던 중대형 기업들이 경기 회복과 함께 하나둘씩 정상화된다면 그간 턱없이 낮은 몸값으로 여겨지던 저평가 시각이 해소될 가능성도 있다.

장기 불황에 따른 습관적 비관에서 벗어나 워런 버핏이 말하는 바겐헌팅의 타이밍이 생각보다 빨리 도래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남들이 다 인식할 때는 `바겐헌팅'이 아니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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