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IT 기업을 창업한 거물들이 갑자기 연달아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면담한 것과 관련해 삼성의 역할론이 회자되고 있다.

좀처럼 부르기 어려운 이 거물들이 한국을 찾게끔 한 데에는 'IT 육성'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도 한몫했지만, 삼성이라는 강력한 '비즈니스 상대'가 있다는 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19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IT 거물들을 연이어 초청하는 데 삼성이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창조경제'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아이디어를 얻고자 유명 IT 인사의 방한을 추진했고, 삼성이 이 과정에서 상당 부분 도왔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방한 인사 중 구글과 페이스북 CEO는 이번에 처음 한국을 찾았다"며 "그만큼 워낙 거물이고 일정도 빡빡해 정부 혼자서 뚜렷한 현안 없이 초청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새 정부가 IT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관계 구축 등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삼성이 사업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를 제한하자 이들이 움직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들이 방한해 움직인 동선을 보면 이런 정황을 더 확실하게 엿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의 빠듯한 방한 일정 속에서 청와대와 함께 삼성은 빼놓지 않고 찾았다. 특히 삼성에 할애한 시간이 훨씬 길었다.

지난 18일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박 대통령을 30분간 예방한 후 바로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 사장 등 삼성전자 고위층과 7시간 넘게 회동했다.

당시 마라톤회담에서 이 부회장과 저커버그는 모바일 분야의 새로운 협력방안에 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26일 한국을 찾은 레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아침에 입국하자마자 삼성 측이 제공한 헬기를 타고 탕정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1시간 넘게 둘러봤다. 이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이동해 이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과 2시간여 동안 오찬을 함께하며 사업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당시 오찬을 함께했던 신 사장은 "뉴 코퍼레이션(새로운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구글 CEO는 삼성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구글 CEO는 그날 오후에 청와대를 찾아 박 대통령과 만나 1시간가량 얘기를 나눴다.

같은 달 20일 방한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청와대를 찾기 하루 전인 21일 삼성전자부터 방문했다. 당시에도 이 부회장이 빌 게이츠를 맞아 2시간가량 만찬을 함께 하며 새로운 협력관계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MS나 구글, 페이스북 입장에서 모바일 시장은 이미 주요 수익원이 됐다"며 "따라서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1위인 삼성이 있는 한국을 찾는 일은 사업적으로 매우 중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새 정부가 창조경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면서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가 상당히 중요해졌다"며 "이 부분은 정부 혼자 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삼성이 이번처럼 여러 경로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과 청와대는 모두 공식적으로 이들을 초청한 주체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아는 바 없다"고 언급을 피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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