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오유경 기자 = 현대차[005380]가 야심 차게 내놓은 신차들이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신차들이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디자인에 큰 호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9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출시된 i40는 지난달 544대 팔리는데 그쳤다. 출시월 542대, 11월 410대, 12월 344대에 이어 좀처럼 1천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올 초 세단형 모델인 i40살룬을 라인업에 추가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지난달 60대만 팔리는데 그쳤다.

i40 가솔린 2.0 GDi 모델은 2천605만원에서 3천75만원, 디젤 1.7 VGT 모델은 2천775만원에서 3천245만원이다. i40살룬도 비슷한 수준이다. 쏘나타가 2천40만원에서 시작한다고 볼 때 훨씬 비싼 셈이다. 오히려 i40 상위트림은 그랜저 하위 트림과 비슷한 가격대다.

여러 가지 고급사양을 추가했으나 비싼 가격에 그다지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한 셈이다. 유럽에서의 인기와는 정반대 현상이다.

부분변경 모델인 뉴제네시스 쿠페는 출시월인 지난해 11월 95대에서 12월 163대로 늘어났다가 지난달에는 다시 97대로 줄었다. 소비자층이 두껍지 않은 차종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100대 미만의 판매는 예상외로 평가된다.

지난해 4월부터 판매된 벨로스터는 5월 1천854대를 정점으로 지난달에는 396대만 팔려 사실상 신차효과가 끝났다.

그나마 해치백 모델인 신형이 출시된 i30만 출시월인 지난해 12월 1천599대, 지난달에는 1천723대가 팔렸다. 지난해 11월 129대만 팔리는 등 극심한 판매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또 아반떼와 쏘나타, 그랜저가 매월 7천대에서 1만대 이상 꾸준히 팔리며 현대차 내수 실적을 지탱해 주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6월에 출시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2개월 연속 월 680여대만 주인을 찾았다.

소비시장 침체와 설 연휴 등으로 현대차의 내수 판매가 지난달 4만5천186대로 전년동기보다 1만대 이상 감소한 영향도 있으나 좀처럼 신차들이 힘을 못내는 것이다.

기아차도 K5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부진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다소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12월에 출시된 레이의 판매는 지난해 12월 4천107대에서 이어 지난달 4천496대로 증가했고, 지난해 9월 출시된 신형 프라이드도 매월 1천500대에서 2천대 내외의 판매실적을 거뒀다.

또 신차와 가격할인 공세로 나선 수입차의 1월 신규등록대수는 9천441대로 지난해 12월보다 19.8%, 지난해 같은 달보다 9.0% 각각 늘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파격적 디자인이 오히려 국내에서는 낯설게 받아들여지는데다 너무 가격이 비싼 점을 신차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일선 영업소에서 i40의 가격표를 받은 후 '어떻게 팔라는 말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왔을 정도"라며 "쏘나타급 성능에 더 가볍게 보이는 디자인인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새로 출시된 차종에 더 좋은 성능과 많은 첨단 및 편의장치를 적용됐다는 점에서 단가 상승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차종별 고객층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달 판매량이 부진한 것은 설 연휴로 영업일수가 줄어들어 시장 수요 자체가 떨어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i40와 벨로스터 신형은 대중화된 쏘나타나 아반떼와는 포지셔닝 자체를 다르게 잡은 모델"이라며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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