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0일(미국 동부시간) 뉴욕금융시장에서 주가는 출구전략을 선언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발언의 여파가 계속되며 급락했다.

미 국채 가격은 연내 출구전략 가능성으로 매도세가 일면서 하락, 10년물 금리가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주택지표 역시 Fed의 부양책 축소에 힘을 실었다.

지난 5월 미국의 기존 주택판매는 3년 반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5월 기존 주택판매가 전월대비 4.2% 증가한 연율 518만채(계절 조정치)로 집계됐다고 발표됐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 500만채를 웃도는 것이다.

6월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관할 지역의 제조업 활동이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호조를 나타냈다.

은행은 관할 지역의 기업여건지수가 전월의 마이너스(-) 5.2에서 12.5로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1.0을 예상했다.

지난 5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는 0.1% 상승했다고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0.2% 올랐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지표는 부진했으나 Fed의 양적완화 축소에 제동을 걸 정도는 아닌 것으로 풀이됐다.

지난 6월15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는 1만8천명 증가한 35만4천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미 노동부는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의 조사치 34만명을 웃도는 것이다.

◆주식시장=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말에 자산매입 축소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데 따른 충격이 지속해 큰 폭으로 내렸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353.87포인트(2.34%) 하락한 14,758.32에 거래를 마쳐 2011년 11월 9일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보다 40.74포인트(2.50%) 떨어진 1,588.19에 끝났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8.57포인트(2.28%) 밀린 3,364.63에 장을 마감했다.

S&P지수는 2011년 11월 9일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수는 장 초반 전날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발언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는 등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됨에 따라 약세로 출발했다.

주가는 장 후반으로 갈수록 낙폭을 크게 늘렸다.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버냉키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올 연말에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될 수 있고 내년 중반에 전면적으로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Fed의 예상대로 경제가 개선된다는 것을 단서로 달았으나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이날 고용지표는 다소 부진하게 나왔으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제조업 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온 것도 악재였다.

중국의 6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48.3을 나타내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별종목 가운데서는 페이스북이 사진공유 애플리케이션 인스타그램에 동영상 서비스를 추가했다고 밝혔으나 주가는 1.7%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핀란드의 노키아를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에 주가는 3% 넘게 밀렸다.

◆채권시장= 10년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은 출구전략 시간표가 나온 데 따른 매도세가 이어짐에 따라 연 2.40-2.50% 범위대로 진입해 22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합인포맥스(6538)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후 4시 현재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날보다 14/32포인트 낮아졌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5bp 높아진 2.409%를 나타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01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한때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471%까지 급등했다.

3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장보다 1-9/32포인트 밀렸고, 수익률은 8bp 오른 3.493%를 보였다.

5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4bp 상승한 1.305%를 기록했다.

이날 기존 주택판매와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관할 지역의 제조업 활동 호조로 Fed의 양적완화 조기 축소 전망에 힘이 실렸다.

특히 주택지표 호조는 벤 버냉키 Fed 의장의 출구전략 구상이 가까워졌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됐다.

올해 연말에 양적완화 축소가 단행될 것이라는 우려 점증으로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증시 등 금융시장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준인 2.40-2.50% 범위대로 진입했다. 이는 2012년 7월의 사상 최저치인 1.38%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1차 양적완화(QE1)를 발표한 2008년 11월 전에 4%를 보였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버냉키의 발언과 견조한 경제지표로 볼 때 Fed는 850억달러어치의 자산 매입 규모를 오는 9월에 축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Fed가 국채시장에서 유일하게 공격적으로 국채를 샀던 세력이라면서 Fed가 빠져나간다면 이는 `매수·매도`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 경제지표가 극도로 악화하지 않는다면 매수 공백을 메울 세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펀드와 ETF, 뮤추얼펀드에서의 자금 이탈이 지속해 채권매니저들이 국채 매입세력화하기 쉽지 않다고 이들은 전했다.

한편, 미 재무부는 70억달러 어치의 30년만기 물가연동국채(TIPS)를 입찰했다. 입찰 뒤 국채가격이 추가 하락압력을 받았다. 노무라증권은 이번 입찰 결과를 `B-`로 평가했다.

낙찰금리는 1.420%를 나타내 201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직접 입찰자들의 낙찰률은 0.4%를 보여 사상 최저 수준을 보였다.

해외 중앙은행들의 낙찰률은 60.8%를 나타내 지난 8차례 평균인 42.4%를 웃돌았다. 수요 강도를 측정하는 응찰률은 2.48배를 기록해 지난 평균인 2.72배를 밑돌았다.

◆외환시장= 미국 달러화는 지난 5월 주택지표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연말 출구전략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으로 유로화와 엔화에 상승폭을 확대했다.

연합인포맥스(6411)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후 늦게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달러당 97.31엔에 거래돼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96.47엔보다 0.84엔 높아졌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유로당 1.3220달러에 움직여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3295달러보다 0.0075달러 하락했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 유로당 128.64엔을 나타내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28.22엔보다 0.42엔 올랐다.

주택지표가 호조를 나타내 달러화가 상승폭을 확대했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이 견조한 주택시장의 흐름을 기반으로 출구전략 계획을 발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강했기 때문이다.

노무라의 매니징 디렉터인 젠스 노드빅은 "이날의 주택지표는 버냉키 의장이 아주 좋아할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그러나 향후 나올 경제지표들이 매우 중요해질 것 같다"고 주장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Fed가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 양적완화를 내놓아야 할 상황이라면서 이는 올 연말까지 달러화가 강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재료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호주 달러화는 0.9196달러에 거래돼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0.9294달러보다 0.0098달러 내렸다. 호주달러화는 2010년 9월 이후 0.9300달러 아래로 내려앉지 않았다.

한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상당기간 3%를 웃돈다면 헤지펀드와 레버리지 거래자들이 대규모 숏포지션을 취했음에도 호주달러화가 0.9000달러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한때 2.471%까지 올라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경제지표 약화로 브라질 헤알화와 인도 루피화 등 신흥국 통화들이 약세를 지속했다. 터키의 리라화는 달러화에 2.5% 급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또 다른 시장관계자는 "현재 신흥시장 통화 급락은 위기에 따른 것이 아니고 시장 포지션 조정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유시장= 뉴욕유가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출구전략에 대한 대략적 계획을 발표한 영향으로 큰 폭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84달러(2.9%) 낮아진 95.40달러에 마쳤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Fed의 양적완화 연내 축소 전망이 부각됨에 따라 뉴욕증시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면서 여기에 중국의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약세를 보인 것도 유가에 하락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택지표 호조로 오는 9월 출구전략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증폭됐다면서 이는 국채수익률 상승에 따른 모기지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지출 감소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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