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연체 해석 두고 이견…금감원 조정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STX조선해양 등 자율협약을 체결하기로 가닥을 잡은 STX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추가 긴급자금 지원 여부를 둘러싸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또다시 충돌했다.

B2B(외상매출채권)를 갚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연체로 볼 것인지, 채무상환 유예에 따른 자동만기 연장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협력업체로부터 물품을 받은 STX 계열사들은 대금을 전자어음 형태인 B2B로 지급하고, 협력업체는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이를 B2B 담보대출이라 한다.

예컨대 협력사가 STX 계열사에 1억원 어치의 제품을 납품하면 이 계열사는 어음으로 대금을 지급하고, 협력사는 어음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1억원을 빌리는 식이다.

그런데 STX 계열사들이 어음을 막을 자금이 모자라게 되면서 은행에서 어음을 담보로 돈을 빌린 협력사들 역시 은행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STX 채권단은 지난 18일 중구 남대문로 STX 본사에서 회의를 열고 STX조선과 STX중공업, STX엔진 등 STX 계열 3사의 B2B 등 상거래채권에 대한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STX 계열 3사는 B2B연체 해결 등을 위해 채권단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 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현재 STX 계열 3사가 보유한 B2B 등 미결제 및 미지급한 상거래채권 규모는 4천700억원 가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STX 계열사들의 추가 자금지원 요청에 산은과 우리은행은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실사 결과 나오기 전까지 추가 자금 지원은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고, 우리은행은 "B2B 등의 연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번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산은과 우리은행이 이와 같이 상반된 입장을 보인 것은 B2B의 연체 상황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산은은 채권단이 STX 계열 3사의 자율협약 체결을 동의하면서 7월말까지 채무상환을 유예해 주기로 한만큼 기존에 실행된 B2B를 갚지 못하는 것은 연체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채무상환 유예에 따라 만기가 자동 연장된 것으로 봐야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신규로 B2B를 발급해 주는 것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실사가 마무리되고 자금사정을 제대로 파악한 뒤 신규 자금이 지원될 예정인 만큼 그 때 가서 해결되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STX 계열사들이 B2B 결제를 하지 못하고 있어 이는 연체이며, 기존 것을 갚지 않는 한 신규로 B2B를 발급해 줄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규정상 B2B 대금을 연체한 기업은 협력사에 B2B를 신규로 발급해 줄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일단 연체된 것부터 갚고 새로 한도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STX 계열사들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 줘 연체 상황을 해결하게 한 뒤 신규로 B2B를 발급해 주자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또 어차피 자금을 지원해 줄 것이라면 STX 계열사들의 B2B 연체 해결은 물론 상거래채권 미지급 문제도 해결할 수 있도록 넉넉하게 주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이 5천억원, STX중공업이 2천억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한 만큼 채권단이 이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은은 우리은행의 이러한 주장을 꼼수로 보고 있다.

채무상환 유예에 따라 만기가 자동 연장된 만큼 신규로 B2B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되는데 채권단 자금을 자신들의 채권을 회수하는데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부 다른 채권 은행들도 산은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해 줬는데 실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또 지원해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협력사 자금난은 채권단의 기술적인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규정상 연체 기업에 B2B 한도를 줄 수 없는 만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산은이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산은은 일단 금융감독원과 이 문제를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STX조선 채권단은 현금 2천500억원, 선수금환급보증(RG) 1억4천만달러 등 추가 긴급자금 지원에 합의했다.

전일 NH농협은행이 마지막으로 자금지원 동의서를 보내옴에 따라 산은은 곧바로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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