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이어진 경기침체 속에 보기 드문 흥행이다.
그렇다면, 과연 2천500억원에서 3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웅진케미칼 인수가격도 크게 높아질까.
24일 현재 참여 대기업과 M&A 자문업계 분위기는 '영 아니올시다'이다. 대기업이 대거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자체 측정한 밸류에이션 이상으로 크게 베팅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일부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자금력에서 훨씬 떨어지는 휴비스 등 중견기업 쪽에서 인수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수조원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을 보유한 대기업에도 3천억원 내외의 자금 부담이 절대 작지 않다는 뜻이다.
그만큼 M&A 등 투자 여건이 좋지 못하다.
지난주 전 세계 금융시장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로 패닉에 빠졌다. 주식, 채권, 원화가격이 급락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잘되는 사업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의 전 업종이 어려움에 빠진 상황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수출기업의 주름을 깊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의 주력인 롯데쇼핑이 점포 매각으로 1조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하는데 나섰다.
하이마트 인수 등 잇단 투자로 2011년 말 6천704억원이었던 롯데쇼핑의 순차입금이 올해 3월 말에는 3조천487억원으로 급증했고, 부채비율도 125.2%에서 136.8%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11월에는 국제신용평가로부터 등급 강등 조치도 받았다.
물론 M&A 시장의 큰 손인 롯데쇼핑은 지난 2010년에도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약 6천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2010년이나 현재나 재무를 한 번 다독이고 가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통업계와 IB 업계는 경기 침체와 정부 규제 속에 롯데쇼핑이 현금창출력만을 믿고 있을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M&A와 공격적인 출점으로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은 늘어나지만, 수뇌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기업은 물론 국내 대표적인 유통기업도 유동성을 확보해가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결국, 웅진케미칼 M&A도 겉으로 흥행만큼 높은 가격에 '낙찰'될지 미지수다.
M&A 경험 면에서 가장 앞서는 롯데케미칼은 비교적 인수 준비를 늦게 했고 LG화학 견제용으로 참여했다는 시각이 많다. LG화학이 의욕을 보이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시너지를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GS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범 LG가인 LG와 GS가 2011년 대우엔텍에 이어 두 번째로 인수 경쟁을 펼치게 됐으나 국내 공공 수처리분야의 주요 운영관리 회사였던 대우엔텍과 웅진케미칼의 가치가 다르다는 진단도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웅진케미칼의 폴리에스터나 수처리 필터 사업이 준수하지만, 각각 대기업과 직접적인 시너지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며 "그리고 대기업도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무리하게 베팅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흥행에 비해 가격은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올해 사모채로 5천억원을 조달한 LG전자가 3천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에 나섰고, 롯데가 점포 매각 소식을 전했다"며 "대기업이 유동성 확보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는 뜻인데 M&A에서도 무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미국 양적완화 축소라는 변수도 생겼다"며 "본입찰 흥행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scoop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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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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