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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기에서나 심판의 영향력은 막중하다. 야구 역시 그렇다. 특히 야구는 시간제한이 없는지라 아웃과 세이프에 대한 심판의 판정이 더욱 중요하다. 심판을 일컬어 다른 경기에서는 '레퍼리(refree)'라고 하지만 야구는 유독 ‘엄파이어(umpire)’라고 지칭하는 것도 같은 연유이다. 레퍼리는 ‘룰을 집행하는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가지는 데 비해 엄파이어는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풍기기 때문이다.

최근 프로야구 경기에서 ‘희대의 오심’이 발생하였다. 0대0의 팽팽한 투수전이 전개되는 가운데, 투 아웃 만루. 타자가 땅볼을 때렸고, 유격수가 잡아서 가볍게 2루에 토스했다. 누가 보더라도 스리 아웃으로 공격이 종료될 찰나, 하지만 2루 심판은 ‘세이프’ 판정을 내린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수비팀 감독은 펄펄 뛰며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공격은 계속되었고, 그 다음 타자가 하필이면 만루 홈런을 때릴 거는 뭐람? 0대0으로 갈경기가 창졸간에 5대0이 되고 말았으니...

나중에 판정이 논란거리가 되면서 문제의 2루심은 하부리그 심판으로 좌천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장면을 잘 살피면 그도 세이프 판정을 내린 직후 ‘아차!’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으로 보인다(판정에 항의하러 간 상대팀 감독의 후일담에 의한다면, 심판의 얼굴빛이 이미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아웃이라고 판정해야 할 타이밍에 세이프라고 손을 들었으니 그는 무엇에 홀렸거나 혹은 순간적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그는 직감적으로 ‘내가미쳤구나. 왜 이런 짓을 했을까?’ 후회했을 게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심판도 인간이지 기계가 아닌지라 종종 오심도 나온다. 만일 그가 즉각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판정을 번복하였다면 그것으로 OK였다. 문제는 해결되었고, 경기는 다시 매끄럽게 흘러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판정이 옳다고 우겼고, 이후의 경기는 엉망이 되었으며, 결국 그는 험한 꼴도 당하였다.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 한때는 2,000 혹은 2,500을 외쳤으나 이제는 졸지에 1,800마저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예전에 매수, 혹은 목표가 상향조정을 일삼던 허다한 애널리스트, 시장전략가들은 지금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혹시 자신의 생각이 여전히 옳다고 우기는 것은 아닐지?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틀렸다는 것을 빨리 인정할수록 아름다운 법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야구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자.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도가 ‘2루타’ 정도라고 비유한다면, 버냉키 발언에 의한 쇼크는 거의 ‘만루 홈런’의 위력이다. 마운드에 올라와 있던 투수는 홈런을 얻어맞고는 아연실색, 온몸의 힘이 다 빠져 달아날 지경이고, 게임의 스코어는 이제 큰 폭으로 벌어져 도무지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고 말았다. 공격할 기회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참으로 답답하다.

최근 내가 이 글에서 자주 쓰는 표현도 ‘답답하다’라는 것이었는데, 오늘 역시 답답하다는 말을 반복해야 할 것 같다. 앞이 잘 안 보인다. 예전에 추세가 한창 상승세로 휭 날아갈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시장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다. 하락세인 것이 완연하다. 더구나 주가가 최근 하락하면서‘하락갭’마저 만들었으니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갭은 채워진다’는 원리에 의거할 때 주가가 일단 반등할 모멘텀을 제공하므로 하락 장세에는 가뭄의 단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하락갭은 저항선으로 작용한다는 특징도 있으므로 결국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금요일에 만들어진 하락갭은 추세의 끝자락에 나타나는 소멸갭(exhaustion gap)이라기보다는 급진갭(run-away gap)의 성격이 강하다. 향후 추세가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다른 기술적지표들도 마찬가지이다. TRIX는 매도신호를 나타낸 이후 꼼짝하지 않고 있으며, MACD 혹은 스토캐스틱 등과 같은 지표들도 역시 매도만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하락폭이 과도한지라 약간의 반등은 ‘언제건’ 기대할 수 있으나 항상 주장하였듯 그걸 바라고 매수할 수는 없다. 화려하였던 상승추세는 이제 물 건너간 꼴이다.

이제까지 나는 코스피지수가 엘리어트 파동으로 미루어 반등B파동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지난주에 이르러 주가의 하락폭이 커지는 것을 보니 바야흐로 장세가 B파동에서 C파동으로 옮겨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만일 그렇다면 1,800 언저리로 하락추세가 끝나리라 믿는 것은 매우 낙관적인 판단이 될 것이다. 하락 C파동은 강력하다. C파동일 때에는 특정한 레벨을 지지선으로 간주하고 ‘저점매수’에 나서는 것은 무모하다. 주가수준을 막론하고 현금비중을 늘리는것만이 최선이다.

(달러-원 주간전망)

당국이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시장에 대한 강력한 개입에 나설까?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기재부, 한은, 금감원 등은 긴급 거시경제회의를 열고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였다. 그리고 “불안 심리에 따른 쏠림 현상, 변동성 확대를 겨냥한 투기거래 등으로 환율이 급등락하면 시장안정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문의 ‘톤’으로는 ‘뿌리 뽑겠다’는 식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나같은 차트쟁이의 눈으로 볼 때 이미 추세는 넘어갔다. 확연한 상승세이다. 당국이 어떻게 나오건 시장의 흐름을 뒤집기란 만만치 않을 사. 일목균형표(는 하도 많이 떠들었으니 오늘은 다른 지표를 인용한다)를 차치하더라도 상승추세를 뒷받침하는 지표는 널렸다. 당장에 갭부터 눈에 띈다. 앞서 코스피지수에서 설명하였듯 갭은 채워지기는 하지만 동시에 지지선 혹은 저항선의 역할을 한다. 추세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갭인데, 달러-원차트에서는 연속된 상승갭이 발견된다. 강력한 상승세가 아니고서는 도무지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다.

시장의 내재적 강도를 알려주는 RSI는 이제 막 70선을 넘어섰다. “RSI가 70을 넘었으니 과열, 따라서 매도”라고 말하는 것은 초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상승세가 다소 과열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추세가 당장 하락세로 기울지는 않는다. 되레 상승세가 더욱 강해질 수 있는 타이밍이다. 그 외에 지표도 많다. TRIX. 이 지표는 지난주에 고점에서 실패(failure)현상을 나타내었다. 고점에서의 실패는 상승추세의 강화를의미한다.MACD도 실패, 역시 상승추세 강화를 의미하고 있다. 스토캐스틱이야 진작부터 매수를 주장한 상태.

위쪽은 열렸다. 뚜렷한 저항선도 발견되지 않는다. 사실 1,140원선이 가장 강력한 저항선(지난주에 언급하였듯 볼린저밴드의 상단이기도 하였고, 두어 차례 저항을 받은 수준이기도 하였다)이었는데, 그게 무참히 돌파되었으니 그저 뻥~ 뚫린 꼴이 되고 말았다. 시장에게 맡겨놓을 수밖에 없다. 시장이 제풀에 지쳐 멈추는 곳이 바로 저항선이다. 그걸 예단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지금이 상승세라는 사실 뿐. 그저 ‘롱’이 정답이겠다. 당국 때문이든어떻든 환율이 조금이라도 밀린다면 대환영이다. 달러를 싸게 살 기회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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