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술-돈-애인'
<최기억 칼럼> '술-돈-애인'
  • 승인 2013.06.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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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지금 중국(中國)의 공직 사회는 자본주의 욕망의 집어등(集魚燈)이다. 이곳에는 2종류의 노예만 존재한다. 탐욕에 집착하는 노예와 그 노예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또 다른 노예들, 만약 중국에서 한국과 같은 고위공무원 인사청문회를 거친다면 몇이나 살아남을지 의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엄청나게 민주화된 선진국이다"

서울에 부임한 지 수년째 되는 중국인 친구 A씨의 한탄이다. 그는 한국 고위 공무원들은 주말이면 등산 아니면 달리기, 자전거타기, 영화 관람으로 건전하다 못해 성스러울 지경으로 시간을 보내지만, 중국의 많은 고위 관리들은 콘도에서 요트와 애인과 시간을 보내거나 노름에 탐닉한다고 탄식했다.

뇌물과 매관매직 등 부패 중에 특히 5천년 전통의 색관(色官)들이 문제다. 각종 인적 물적 자원을 배분하는 지위에 있는 관료에게 색(色)은 또 다른 인센티브가 되고 있다. 고관들은 애인에게 비싼 가방도 사줘야 하고, 오피스텔 구해주고 생활비를 대주려고 뇌물과 향응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기업의 중국 공무원을 다루는 방식도 60년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술'로, 이게 안 통하면 '돈'을 건넨다. 이마저도 실패하면 최후의 한방 '여자' 순으로 접대가 이루어진다. 여기에 넘어가지 않는 이가 거의 없다. 영화 '색계(色戒)'에 나오는 중국 국민당 고위 관리의 애인 두기는 현재 중국에 만연한 풍습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요즘 취업이 어렵다 보니, 일부 베이징대 여대생의 꿈이 고위 관료나 재력가의 첩(妾,얼라이)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중국 금융시장이 극도로 어수선하다. 국내 금융시장도 버냉키의 양적완화 보다 중국의 경기 위축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의 중앙, 지방정부의 부채, 은행 부채의 숫자는 불투명하고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6월 제조업지수(PMI)가 최근 9개월래 최저수준이고, 산업부가가치와 고정자산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단기금리 지표인 상하이 은행 간 대출금리 '시보'(SHIBOR) 1일물 금리가 지난 20일에는 사상 최고치(13.44%)로 '첸황(錢荒, 돈가뭄)'이 시작되며 중국 금융-산업계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왔다.

시진핑 주석은 하지만 금융계에 흥청망청하는 '신용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아직까지는 런민은행을 직접 동원하지 않고 있다. 성장률 위주의 정책보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의 획득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오히려 시장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부패척결을 내세운 정풍 운동에 더 매진 중이다. 금융시장이 겪는 다소간의 긴축과 고통은 부차적이며, 뇌물과 애인이 통하지 않는 공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중국 경제의 미래에 더 중요하다고 믿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訪中)을 앞두고 이웃국가의 상황을 지켜보며 '공무원이 피곤한 나라일수록 선진국'이라는 화두를 곱씹어 본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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