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팬택에 자금을 지원한 데 이어 유통채널도 빌려주기로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는 '상생'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한편으론 팬택이 살아남는 것이 삼성전자로서도 이익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양사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전국 61개 삼성 모바일 제품 대리점인 '삼성 모바일샵' 안에 '베가존'이 설치돼 '베가아이언'과 '베가넘버6', '베가R3' 등 팬택 스마트폰도 같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번 협력은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팬택이 삼성 측에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팬택 관계자는 "팬택 제품이 삼성 리빙프라자에서 판매되면서 다양한 지역의 소비자에게 더 많이 소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팬택에 대한 삼성전자의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팬택에 53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함으로써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연이어 팬택을 지원한 이유에 대해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의 상생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팬택이 살아남는 것이 사업적으로도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에 있어 팬택은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경쟁자지만, 부품 사업에서는 중요한 고객사이다.

실제로 지난 5년간 팬택은 삼성전자로부터 6천174억원에 달하는 부품을 사들였다.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로부터 사들인 것까지 합치면 총 8천116억원에 이른다.

특히 양사 간 거래규모도 갈수록 커지면서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1천억원 수준이었던 것이 작년에는 2천353억원(삼성전자만 1천822억원)으로 확대됐다.

따라서 삼성전자로서는 팬택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국내 주요 스마트폰 업체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부품 고객사를 유지하는 길인 것이다.

또, 만약 팬택이 쓰러진다면 삼성전자는 '시장 독과점'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현재도 삼성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70%가량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업계 3위인 팬택이 무너지면 시장이 삼성전자로 지나치게 쏠린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만약 팬택의 어려움이 지속되면, 국내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 휴대전화 업체로 경영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업체를 경계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이런 경우의 수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삼성으로서는 국내에서 LG전자와 팬택으로 이뤄진 '3사 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게다가 기술교류 등의 여지도 있기 때문에 팬택에 대한 지원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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