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인수 주체들이 바뀌고 있다.

우선 기업 인수 주체가 대기업에서 사모투자펀드(PEF)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대기업은 타기업 경영권 인수보다는 자체 합병이나 분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자원개발 관련 M&A는 지고 기술 제휴나 공급처 확보 등을 전략적인 지분 인수가 빈번해지고 있다.

SK와 한화그룹과 같이 M&A로 성장한 그룹사들이 인수에 주춤한 사이, 삼성과 LG그룹이 상대적으로 M&A에 적극적인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경향은 8일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의 상반기 M&A 리스트에서 확인된다.

상반기 주요 경쟁 입찰에서 PEF는 거의 빠지지 않았다. 기업이 인수 주체로 나서도 PEF를 재무적 투자자로 삼아 부담을 더는 경우도 많아졌다.

MBK파트너스와 보고펀드, 한앤컴퍼니 등 주요 PEF의 실적은 눈부시다.

MBK는 거래 종료 기준으로 올해 벌써 웅진코웨이(현 코웨이)와 네파, 일본의 코메다를 연이어 인수하는 기염을 토했다.

보고펀드도 삼양옵틱스의 광학 렌즈 사업부 인수를 확정해놓았고 동양생명을 앞세워 ING생명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앤컴퍼니는 유진기업의 광양공장과 코아비스를 인수했고 비록 실패했으나 대한해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일 발표된 웅진식품 숏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 대기업들은 타기업 인수보다 합병과 분할에 힘썼다.

SK그룹은 SK플래닛-SK마케팅앤컴퍼니, SK브로드밴드-브로드밴드미디어, SK C&C-SK엔카, SK플래닛-매드스마트의 합병을 추진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삼강-롯데햄, 롯데쇼핑-롯데미도파 합병으로 인수로 늘어난 계열사 수를 줄이는 데 집중했고, CJ그룹도 CJ대한통운-CJ GLS 합병, CJ CGV-프리머스시네마 합병을 이뤄냈다.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을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한진칼홀딩스'와 항공운송사업의 '㈜대한항공' 체제로 분할키로 했고, 한솔그룹도 한솔제지와 한솔CSN 등 각 회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후 투자회사 간 합병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한창 구조조정 중인 포스코그룹의 성진지오텍과 포스코플랜텍도 이 날짜로 합병했다. NHN은 오는 8월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한게임) 분할된다.

자원개발 관련 M&A는 급격히 위축됐다.

포스코 정도가 해외 광산에 나섰을 뿐 공사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명박 정부에서 자원개발에 집중했던 공사들이 재무적으로 취약해진데다 일부 손실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서 잔뜩 위축됐다. 일본과 중국 업체에 밀려 쓸만한 개발처를 찾기 쉽지 않아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대기업들은 대신 전략적 지분 인수를 선택했다.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샤프와 팬택 지분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LCD패널의 원활한 수급과 일부 기술 확보를 위해 샤프 지분을, 부품 납품처의 재무안정과 상생 차원에서 팬택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오너 구속이라는 악재를 겪은 SK와 한화그룹이 타기업 경영권 인수에 소극적이었다. CJ그룹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악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들 그룹은 매년 크고 작은 거래에서 인수 주체로 나선 대표적인 곳이다.

반면, M&A 시장에서 보수적이었던 삼성과 LG그룹은 차곡차곡 실적을 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에도 스마트TV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TV방송과 동영상을 실시간 재생하는 스트리밍 장치 업체 '박시'를 인수하기도 했다.

LG그룹의 경우 LG생활건강은 물론 LG전자, LG화학, LG CNS 등이 인수실적을 냈다.

자문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대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M&A 지형도 크게 바뀌고 있다"며 "경기가 회복되고 경제민주화 입법이 자리를 찾으면 다시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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