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채권시장과 자금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지급준비금 마감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10조원이 넘는 지준잉여가 발생한 데다 단기금리도 지나치게 낮게 형성되는 등 왜곡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미국 고용지표가 큰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채 수익률이 급등한 데 따른 후폭풍도 불 것으로 점쳐진다. 비정상적인 지준 적수 관리에 따라 낮게 형성된 단기금리가 단기간 되돌림 압력에 노출되고 미국발 쇼크까지 예고된 셈이다.

▲ 원화 자금시장에 무슨 일이= 지난주 원화 자금시장은 한국은행과 은행들의 자존심 대결로 몸살을 앓았다. 은행권은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한은이 흡수해 줘야 한다고 아우성이었다. 한은은 은행이 두차례에 걸친 대규모 통안계정 입찰을 미달시킨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유동성 흡수를 외면했다. 은행들은 대규모 잉여 유동성을털어내기 위해 MMF에 들어가고단기채권은 없어서 못살 지경이 됐다. KB국민은행 한 곳에서만 4천억원에 이르는 단기채권형 자금이 집행되면서 94일 잔존기간이 CD가 연 2.45%에 호가되기도 했다.잔존기간 3개월 짜리 국고채는 한은 기준금리 연 2.50%보다 낮은 연 2.46%에 거래되기도 했다. 지준관리 실패가 단기채권금리 왜곡으로 전이되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 유동성 흡수되면 단기금리 급반등 불가피= 일부 채권 매니저들은 지나치게 낮게 형성된 단기금리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며몸을 사리고 있다. 왜곡된 지준 관리에서 촉발된 단기금리 급락이 지준마감일을 분수령으로 되돌림 현상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유동성을 흡수하면 지난주 벌어진 단기 채권시장의 이상 과열 현상이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MMF 자금이 회수되고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편입된 단기물이 채권시장에 나올 수 있다.단기자금이 부족해진 채권시장에서 단기물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으면 단기채권 금리는 상승 압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채권 매니저들은 현물을 대거 정리하고 현금을 들고 가는 전략으로 위험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분풀이 대상이 아닌데..= 자금시장과 단기 채권시장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은행권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은행들은 자신들의 자금사정만 생각하고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적정 지준을 관리하려는 한은의 스탠스를 이해하지 못했다.

한은도 공개시장조작에 응하지 않은 은행들의 자금흡수 비용을 무작정 떠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향후 원활한 공개시장조작을 위해서라도 시장에 끌려갈 수 없다며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 자금부 관계자들은 자금시장 참가자들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한은도 시장을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보는 건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은 다스리는 대상이 아니라 소통의 대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자금시장 사정이 어려울 수록 시장 참가자들을 잘 다독거려서 함께 가는 동반자 의식이 아쉽다는 목소리에 한은도 귀기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