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내수부진과 미국시장 점유율 둔화 및 그랜저 리콜 등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가 가격인하 카드를 꺼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8일 그랜저 3.3셀러브리티 가격을 100만원 인하하고 i40 디-스펙과 i40 살룬 디-스펙, 밸로스터 디-스팩 등을 30만원씩 낮췄다.

이와 함께 쏘나타와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 중대형 7개 차종의 파노라마 선루프의 가격도 10만원 내렸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쏘나타와 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 싼타페, 베라크루즈 등 5개 차종의 10개 모델에 대해 22만~100만원 가량 가격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수입차 공세, 가격인하로 대응 = 질적 성장을 내세우며 수입차와의 품질경쟁을 강조하던 현대차가 내수시장 부진으로 가격인하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국내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8% 감소한 32만5천611대에 그쳤다. 특히 지난 2월과 6월 감소 폭이 커 전년 동기보다 각각 11.5%와 7.0% 줄어든 4만7천489대, 5만5천548대를 나타냈다.

반면에 수입차업체들의 상반기 판매량은 7만4천487대로 전년보다 19.7%나 증가했다.

일본과 유럽 완성차업체들은 각각 엔저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등에 업고 가격인하 등을 통해 하반기에도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완성차의 가격은 지난 1일부터 관세가 차종별로 1.33~1.6%가량 낮아지면서 최대 340만원까지 인하됐다.

이러한 수입차 공세에 현대차는 수입차 신규 구매세대인 20~30대의 취향에 맞는 그랜저와 PYL(Premium Younique Lifestyle) 차종에 대한 가격경쟁력 제고로 맞서고 있다.

다만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이번 가격인하 효과가 내수판매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판매 비중이 작은 i40와 벨로스터 등 최상위등급에 대해서만 가격인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i40와 벨로스터의 올 상반기 판매대수는 각각 3천26대와 1천596대로 전년보다 39.3%와 41.0% 급감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내수시장은 하반기에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대차가 가격인하를 통해 내수시장 방어에 나서면서 잘 팔리지 않는 차종의 재고를 처리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가격인하와 함께 내수 중점 차종이며 대기고객이 많은 싼타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고 일자를 앞당겨 고객에게 조기 인도될 수 있도록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 중인 현대차가 노사 이견으로 노조에서 파업을 벌일 경우 생산 차질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생산경쟁력을 위해 불법파업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으로 임의적 공장 라인가동 중단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다.

◇美 시장서 점유율 하락 및 리콜 악재 = 미국시장에서도 현대차는 글로벌 경쟁업체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6만5천7대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2%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도요타와 혼다가 각각 9.8%와 9.7%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시장점유율도 4.6%로 0.4%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일 에어백 센서 오작동 문제로 미국에서 아제라(한국명 그랜저) 5천200여대에 대한 리콜을 실시했다. 또한 앞서 1일에는 미국 버지니아주 플라스키 법원의 배심원들이 현대차의 티뷰론을 몰다 사고 시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아 머리를 다친 운전자에게 현대차가 1천400만달러(159억원)를 지급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이에 현대차는 즉각 항소를 준비하고 리콜도 조기 실시해 부정적 여론 확산을 막고 있다.

한편, 현대차는 해외판매 증가를 위해 중국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30만대 규모의 4공장을 중국 서부ㆍ내륙 지역에 신설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올 상반기 51만842대를 판매하는 등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와 주력차종을 중심으로 내수판매를 견인하고 수출 확대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라며 "상반기 해외판매가 내수판매를 만회한 만큼 올해 글로벌 목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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