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명문대 상경계열 졸업생들 취업 희망 영순위는? 글로벌 기업? 틀렸다. 고시(考試)? 역시 틀렸다. 정답은 금융감독원이다. 국내 최고 경영대학 J 교수가 솔직히 고백한 내용이다.

보수 높고, 안정성 좋고, 끗발까지 있는데다, 가장 중요한 건 서울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제로라는 점에서 그렇다. 과거에는 고시 재경직, 공기업 등에 관심이 높았지만, 요즘은 특히 지방 이전에 따른 이유 때문에 선호도가 확 바뀌었다고 한다.

이들은 좋아하는 문화와 오락, 유흥 등 모든 반짝이는 게 서울에 있고, 지방근무를 하면 모든 인간 관계망(關係網)으로부터의 단절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전 전방 부대에 근무했던 큰아이는 "매일 산(山)만 쳐다보니, 종로 거리의 매연조차도 그립습니다"라고 편지를 보내왔었다. 친구들이 있는 서울에 대한 향수, 사람은 역시 사회적 동물이다. 조선시대 '귀양'이라는 처벌은 그런 의미에서 위정자들이 이를 포착하고 휘두른 강력한 폭력인 셈이다.

세종시 이전 이후 최근 공무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경제부처의 장·차관은 서울에서, 국장과 과장은 오가는 길 위에서, 사무관과 서기관만 세종시에 남아 일을 한다고 한다.

'길 국장' '길 과장'이 길바닥을 헤매고, 젊은 사무관과 서기관만 섬에 남아 책상 위에서 정책을 만드는 현실은 국가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는 일이다.

정책 소비자와 이해 당사자와 마주 앉아 밥 먹고 대화해야 소통이 되고 아이디어가 샘솟고 정책 리스크가 사전에 점검된다. 관계자의 다양한 요구와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대면(對面) 과정이 생략된다면 책상머리 정책이 양산되고 정책 품질저하는 불가피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오고 가는 시간과 비용뿐만 아니라 해당 공무원들의 건강도 문제다. 왕복 4시간씩 자동차나 기차의 진동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두뇌 활동도 나빠지고 체력은 망가진다.

세종시의 정주 조건이 갖춰지는데 최소 5년, 여기에 적응하는 데 20년이 걸릴 전망이라고 한다. 그때까지 해당 공무원들은 시대 잘못 만난 탓에 꼼작 없이 볼모로 전락할 처지다.

최근에 국민연금과 기금운용본부도 전주(全州) 이전이 결정됨에 따라 은행, 증권, 운용사의 법인영업부가 현지에 사무소를 내야 한다고 한다. 외국의 큰 손 금융사들이 전주를 방문할지도 긴가민가한 상황이고, 벌써 운용본부에 지방 근무를 자청할 유능한 매니저가 얼마나 충원될지 고민이 크다는 후문이다.

'서울 공화국'의 문제를 풀려고 각종 극약처방이 나오지만, 서울의 선민화(選民化), 이탈하면 2등 서민이 된다고 믿는 사고방식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고, 실제 치러야 할 당대의 비용도 절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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