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사 수장들이 금융당국을 찾아오는 일은 빈번하다.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을'의 위치에서 인사차 들리기도 하고, 금융시장을 함께 이끌어나가는 '동지'의 입장에서 시장을 논하기 위해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최근 몇년 간 금융당국을 찾는 수장들이 꺼내는 첫마디는 똑같다. '어렵다'는 말이다.

지난 11일 방영민 삼성증권 부사장이 금융위를 찾았다.

재무부와 재정경제원, 대통령 비서실을 거쳐 지난 2003년 삼성증권으로 옮기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방 부사장 역시 어려운 업계 상황을 전했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대형증권사, 그것도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증권마저 월간 기준 두달 연속 적자를 이어간 데 따른 어려움으로 풀이된다.

방 부사장은 "내부에서도 (시장의 어려움에 대한)위기의식이 형성돼 있다"며 "당분간 새로운 전략이라기보다는 부진한 업황 속에서도 고객의 만족도를 올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를 찾는 다른 금융사들도 마찬가지다.

처음 마주하며 나누는 악수로 덥석 손을 잡고 어렵다고 토로하는가 하면, 이것만 풀어주면 숨통이 좀 틔일 것 같다고 규제 완화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12일 "인사차 들른 분들이 규제 완화나 비즈니스 인허가 등을 꺼내면 난감할 때가 많다"며 "그럴때면 얼마나 어려우면 그럴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얼마전 진행된 금융사 CEO들의 조찬 회동에서도 서로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조찬에 참석한 한 증권사 사장은 "콜이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대한 규제가 풀려도 지금처럼 증권사들이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에 차이가 있지만 얼마전 당국에서 발표한 영업활성화 방안처럼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안들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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