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전자가 최근 이스라엘 기업과 연결되는 일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 이스라엘 기업을 인수하거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 등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생겨난 모습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기술과 콘텐츠 등 '소프트경쟁력' 확보를 위해 벤처 기업 등을 대상으로 소규모 M&A(인수합병)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이스라엘 기업도 인수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 삼성, '벤처의 산실' 이스라엘에 공들이다 = 이달 초 삼성전자는 이스라엘에 근거를 둔 '박시(Boxee)'라는 업체를 약 3천만달러(한화 약 342억원)에 인수했다.

이 업체는 TV방송과 동영상을 실시간 재생하는 스트리밍 장치를 만드는 곳으로 해당 업계에서는 상당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된 스마트TV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해당 업체의 인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전자는 작년 연말에 이스라엘 제1의 도시인 텔아비브에서 시스템반도체 개발자 컨퍼런스인 '삼성 데브EX'를 개최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스라엘 유력 반도체 개발 법인과 개인 개발자 등 총 150여 명을 사전에 초청하는 등 정성을 보였다. 또, 그룹의 글로벌투자 조직인 삼성벤처캐피탈도 행사에 동행해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개인이나 법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에도 이스라엘 이미지센서 업체인 트랜스칩을 인수해 현지 연구개발(R&D)센터로 전환 설립한 바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이스라엘 업체에 공을 들이는 것은 결국 벤처기업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의미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세계적 과학기술대국으로 반도체와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과 애플, 구글 등 세계적인 IT 업체가 최근 앞다퉈 이스라엘 벤처 등에 투자해 기술 선점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높아진 벤처 관심…잦아진 '소규모 M&A' =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기술이 있는 벤처기업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1년에 추진하던 M&A 건수가 1~2건에 불과하던 삼성전자가 작년부터는 더욱 적극성은 띄기 시작했다.

작년 5월에는 미국 클라우드 콘텐츠 서비스 업체인 엠스팟을 인수했고, 한 달 만에 또다시 스웨덴의 무선 랜 칩셋 개발업체 나노라디오도 사들였다.

작년 7월에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CSR(Cambridge Silicon Radio)사의 모바일 부문을 분할 인수했고, 12월에는 미국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인 엔벨로(NVELO)를 인수했다.

또, 지난 5월에도 스마트TV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멀티스크린용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인 '모블(MOVL)'도 인수했다.

여기서 하나 특징적인 것은 삼성전자가 최근 공을 들이는 M&A는 대부분 '소규모'에 '기술 선점형' 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1995년 당시 세계 PC업계 6위였던 미국의 AST리서치를 3억7천500만 달러(약 4천400억원)에 인수했다가 사업적으로 실패했던 이후 대형 딜을 추진한 적이 없다.

그나마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의료기기 부문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일부 중형 딜을 추진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창업한 지 얼마 안 되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였다.

이는 결국 삼성전자가 큰 규모의 업체를 인수해 바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보다는, 기술 업체를 인수해 현재의 주력 사업을 더 보강하는 데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의 주력 사업에서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로서는 대규모 M&A를 통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곳도 마땅치 않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지적되는 콘텐츠 등 소프트 경쟁력은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 벤처기업을 인수하고 투자해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벤처 '투자·M&A' 조직 강화 = 삼성전자의 벤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투자와 M&A를 전담하는 조직의 역할도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작년 하반기에 설립한 삼성 전략혁신센터(SSIC)와 오픈이노베이션센터(SOIC) 등을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전략혁신센터는 미국 실리콘밸리는 물론 한국과 이스라엘에도 사무실을 내면서 창업 초기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전략혁신센터는 올 2월에 1억달러(약 1천80억원)의 '삼성촉진펀드'를 조성해 스마트기기 등과 관련된 초기 벤처를 육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모델을 가진 신생 기업을 사업 전 단계에 걸쳐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기술 및 마케팅 관련 멘토링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그 업체들과의 합작과 협력 등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수년 내 미국시장에서 다양한 기관과 투자자들과 전략적 제휴 확대를 통해 투자규모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통해 창업 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와 인수합병(M&A)도 진행토록 했다,

실리콘밸리 지역에 산재해 있은 벤처 기업을 발굴해 초기 자금을 지원하거나 지분투자 및 인수, 전략적 제휴 등의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리콘밸리는 등 외국의 우수한 벤처기업은 현지의 전담 조직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바로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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