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인수·합병(M&A) 자문업계 관계자들은 CJ그룹이 미국 물류회사 인수를 최종 포기했다는 말을 듣고 한숨부터 쉬었다.

이들은 SK그룹, 한화그룹과 함께 CJ그룹도 주요 고객 명단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전전긍긍이다. 공교롭게도 M&A 시장의 큰 손이자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세 그룹이 모두 오너 구속이라는 악재에 만났다.

또, 최근 발표된 정부의 투자활성화 추가 방안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국내 투자를 유도해 경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정부 상황도 이해되지만,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나 기업 인수와 같은 지원책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가뜩이나 대기업은 경제민주화 입법 등에 막혀 국내 기업도 인수하는데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결국, 국내 M&A 시장 침체는 물론이고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를 뜻하는 아웃바운드 거래(outbound deal)도 부진할 수 있다는 게 15일 자문업계의 진단이다.

올해 상반기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완료기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경 간 거래인 크로스보더 거래(cross-border deal)에서 아웃바운드 거래는 약 65%로 해외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인 인바운드 거래(inbound deal)보다 많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 인수에 성공하지 못했고 SK그룹은 국내에서는 계열사 합병 외에 중국 계열사를 맞교환 방식으로 한 거래만 신고했다. CJ그룹도 터키 게임사인 조이게임의 지분을 인수하는데 그쳤다.

CJ그룹은 올해도 국내에서는 예년 수준의 M&A를 진행했고 여전히 해외 기업 인수에 적극적이다. 계열사별로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동남아에서 인수협상을 진행하거나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CJ그룹이 미국 물류업체인 S사 인수를 최종 포기하면서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S사는 국제적인 계약 물류와 공급망 관리 기업이어서 물류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CJ대한통운 측에는 필요한 매물이다.

물론 M&A에서 예상 시너지보다 가격이 높다면 포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재현 회장의 부재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자문업계는 보고 있다.

자문업계 관계자는 "오너나 CEO가 없다고 회사가 제대로 투자나 경영을 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회사라고 할 수 없겠으나 적잖은 자금이 소요되는 M&A는 오너의 영향력이 결정적"이라며 "SK와 한화에 이어 CJ가 현재 협상 중인 건에 대해서는 계속 진행하겠으나 아무래도 과감한 '지르기'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웃바운드 거래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를 정부 쪽에서 찾기도 한다.

더군다나 최근 수년간 해외 광산이나 자원관련 기업 인수를 주도하던 공사들이 투자손실과 재무악화로 잔뜩 위축된 상황이다.

물론 이번 투자활성화 방안에는 중소·중견기업이 해외 소재부품기업을 인수하도록 정책금융 위주로 1천억원 규모의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한다는 정도의 계획이 포함됐다.

그러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골치 아픈 문제를 급조한 위원회에 떠넘기는 것과 같은 방안"이라며 "대기업이 나서지 않으면 경기 부진으로 해외에 널려 있는 매물을 담기는 부족한 대책"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창조경제의 하나로 발표된 벤처기업 M&A 활성화 방안도 결국 국내용 대책"이라며 "국내 경기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계속 밖으로 눈을 돌려야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과감한 세제혜택이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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