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롯데쇼핑과 홈플러스가 잇따라 대규모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매각 후 재임대)'을 추진하는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반대 전략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15일 신세계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세일앤리스백을 하면 점포 매각 대금으로 차입금을 줄이고, 부채비율을 낮출 수는 있다"며 "그러나 비싼 임대료 탓에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에 세일앤리스백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산과 부채, 자본 등으로 구성된 대차대조표만 본다면 세일앤리스백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출과 영업익, 당기순이익 등으로 구성된 손익계산서까지 포함해서 따지면 실효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세일앤리스백의 금융비용(임대료) 지출을 따져보면 이자율이 약 7%대 수준에 달하는데, 점포를 매각하는 대신 필요한 자금을 회사채 발행 등 자본시장에서 조달하면 2~3% 금리에서 가능하다"며 "(세일앤리스백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신세계그룹이 최근 잇따른 인수·합병(M&A) 등으로 차입금이 크게 늘고,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음에도 재무 부담을 느끼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신세계의 총차입금은 2조48억원이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43%, 37% 수준이다.

신세계는 작년 10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입점한 센트럴시티 지분을 인수하면서 1조원 가량을 은행권에서 차입한 탓에 차입금이 크게 늘었다.

이마트의 총차입금 규모도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2조7천693억원에 달한다. 같은 시점 기준으로 1년 이내 만기도래 차입금은 1조2천552억원이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98.9%, 24% 수준이다.

여기에다 이마트는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교외형 복합쇼핑몰 개발 등에 연간 8천억~9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금창출력이 워낙 좋아 신규 차입 부담은 없을 것으로 한기평은 진단했다.

작년처럼 경기불황과 정부 규제 등으로 업황이 나빴던 때도 이마트의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연간 1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는 센트럴시티에 이어 서울고속터미널의 지분을 인수하고, 광주신세계는 광주터미널 재계약을 체결하는 등 점포 투자를 오히려 늘리고 있다"며 "인천터미널을 롯데에 빼앗긴 신세계로써는 전략적으로 점포를 사수하고 있어 세일앤리스백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일앤리스백을 한다면 대규모 점포를 소유하고, 점포 임대 리스크가 적은 이마트가 대상이 될 것"이라며 "다만,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이 세일앤리스백에 부정적이라 절박한 상황에 몰리지 않는 한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의 이 같은 여유에는 최후의 보루 격인 삼성생명 지분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는 약 1조5천억원에 달하는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했다"며 "차입금 감축을 원한다면 삼성생명 지분을 일정 수준 처분하면 되기 때문에 재무 구조 개선에 대한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세계그룹과는 달리 롯데와 홈플러스는 대규모 자산 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1조원 안팎의 백화점과 마트 점포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자산운용사가 설립하는 부동산투자신탁(리츠)에 매각할 계획으로 리츠 운용사는 해당 리츠를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오는 9월께 백화점과 마트 선정 등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앞서 지난 2008년 3개 대형마트, 2010년에는 분당 백화점과 전국 5개 마트 등에 대해 세일앤리스백을 진행해 각각 2천200억원, 6천억원 가량을 조달한 바 있다.

이번에 추진하는 세일앤리스백은 대규모인데다가 아시아 지역에서는 롯데의 브랜드파워가 통한다는 자신감이 있어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 등 리츠 IPO(기업공개)가 활성화된 해외 자본시장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작년 4개 점포를 유동화하고, 이어 안성 물류센터를 매각한 데 이어 현재 추가로 4개 매장의 세일앤리스백을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전체 자산에서 리스와 프리홀드(보유)의 비중이 각각 20%, 80%인데 리스의 비중을 30%까지 높일 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세일앤리스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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