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미ㆍ중 전략경제대화는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확인한 장이었다.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면서(有所作爲) 강대국이 되겠다(大國堀起)는 시진핑(習近平) 5세대 지도부의 철학이 곳곳에 드러났다.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의 심장 워싱턴으로 간 왕양(汪洋) 부총리는 거침없었다. 부부 사이에 말다툼도 있고 이견도 있겠지만 이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은근히 강조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토끼도 코너에 몰리면 매를 걷어찬다'고 말했다"고 했다. 토끼는 중국을, 매는 미국을 빗댄 것이다. 매는 미국의 상징인 대머리 독수리와 비슷하다. 그는 또 "중국은 미국을 제국주의자라고 부른다. 미국은 중국을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아마 공산주의자라고 부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런 비난을 주고받으면 두 나라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고 했다. 적절성 논란이 있으나 왕양의 말 속엔 중국이 명실상부하게 G2(Group of Two)로 자리잡았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외교전략분야를 맡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 구축은 아시아ㆍ태평양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형 대국관계는 미ㆍ중 두 나라가 '대등한' 자격으로 새로운 국제질서 확립을 위한 게임의 법칙을 만들자는 것이다. 시진핑은 대권을 쥐기 전인 작년 7월 칭화대 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이같은 제안을 했다. 신형대국관계에 담긴 핵심 메시지는 중국이 아시아의 맹주 역할을 할테니 미국도 그걸 인정하고 서로 잘 해보자는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회담을 두고 "의제설정에서 양국 관계가 한층 대등해졌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서방의 미국, 동방의 중국은 국제정치에서도 중요한 변수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변수다. 투자자들은 이제 '낮에는 중국, 밤에는 미국'을 봐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번 주엔 그 시대가 왔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15일) 발표로 한 주를 시작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18~19일.한국 시간)로 한 주를 마치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에서 나오는 뉴스를 연구하고 분석하다보면 어느새 일주일이 다 지나있을 것이다.



◆중국의 성장률, 세계의 눈 집중 = 최근 핫이슈인 중국의 경제성장률(GDP) 문제는 이번 전략경제대화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성장률 목표를 7%라고 발언했다. 이는 중국이 애초 잡은 올해 목표 7.5%보다 낮은 것이다. 15일 중국이 발표할 GDP 쇼크을 미리 김빼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성장률 목표 하향조정이라는 논란이 커지자 신화통신은 정정보도를 냈다. 러우지웨이의 발언에서 성장률 목표 7%라는 부분을 7.5%로 수정한 것이다. 인민일보와 중국증권보 등 관영신문들은 배달판에서 러우지웨이의 7% 발언을 아예 빼버렸다.

서방 외신을 보면 러우지웨이 부장이 7% 발언을 한 것은 의도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실수일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성장률 달성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수치를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우지웨이 부장은 "6.5%나 7%나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잊지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올해 성장률 목표는 7%이고 이를 달성하는 데 큰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만약 그의 발언이 실수가 아니라면 중국은 하반기에 6% 중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점을 미리 예고한 셈이 된다. 이는 중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충격파를 던질 경착륙이다.

중국은 15일 오전 11시 GDP 성장률 지표를 발표한다. 연합인포맥스가 조사한 주요 IB들의 예상치는 7.3~7.7%다. 1분기 GDP 증가율은 7.7%였다. 수출에서 내수로, 생산에서 소비로, 성장보다 분배로 경제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중국 지도부의 방침을 감안할 때 성장속도의 둔화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속도가 얼마나 빨라질지가 핵심 변수다.



◆미국 출구전략의 풀텍스트를 들을 기회 = 버냉키 연준 의장은 상원과 하원에 각각 하루씩 출석해 반기 통화정책 보고를 한다. 이는 연준의 하반기 통화정책의 밑그림을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다. 올해 통화정책 보고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버냉키 의장이 6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이른바 3단계 출구전략 계획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2013년 양적완화(QE) 축소-2014년 양적완화 중단-2015년 금리인상'의 뼈대로 구성된 계획이 나오자 시장에선 9월 QE 축소론이 제기됐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주 전미경제조사회(NBER) 강연 자리를 빌려 출구전략이 당장 시작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QE 축소가 시작되려면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지표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와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못박았다. 현재의 실업률 7.5%, 인플레이션 1% 미만인 상황에서는 양적완화 축소를 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가 회복되는 게 지표에 반영돼야만 출구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메시지다.

그의 선언에도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한 논란은 하반기 내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 내부에서도 매파와 비둘기파가 갈려 치열하게 자기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말에도 매파인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는 빠른 시기에 점진적 양적완화를 해야한다고 했으나 비둘기파인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물가가 지금보다 더 낮아지면 자산매입 등의 조치를 해야한다고 했다.

버냉키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는 또다른 논란을 불지필 가능성이 있다. 지나치게 솔직한 그의 화법은 시장에 안정을 주기보다 혼란을 준다는 비판이 많다. 의원들의 송곳질문에 답하다 보면 정확하고 자세하게 말하는 그의 직설화법이 원치않은 오해를 부를지도 모른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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