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JP모간이 삼성전자의 목표가 하향 보고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그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시장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JP모간이 이번 보고서 때문에 일부 기관투자자들에게 출입정지를 당했다는 소문이 퍼진 데 이어, 이후 JP모간자산운용이 발표한 국내증시 전망 보고서에 대해서도 계열사 간 '자기부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15일 한 금융권 관계자는 "JP모간이 이번 보고서로 일부 기관에서 출입정지 처분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매니저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라며 "워낙 시장에 충격을 줬던 만큼 이번 기회에 내부에서도 기강을 잡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간은 지난달 7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S4가 출시 이후 두 달여 만에 2천만대를 넘어선 후 판매세가 줄고 있어 올해 하반기 마진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중간 가격대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판매방식도 마진에 대한 압박과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JP모간의 보고서로 인해 6.18% 급락하며 하룻새 시가총액 15조원이 증발했다. 삼성전자를 앞세운 외국인 매도세도 이후 나흘간 1조5천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계열 운용사는 이후 반대 포지션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JP모간자산운용은 JP모간이 삼성전자 보고서를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지난달 말 삼성전자 주가가 18개월 만에 최저가로 떨어졌을 때 삼성전자를 매입했다"며 "삼성전자 등 최근 심한 조정을 받은 주요 종목 중 이익 증가율을 고려해 이들 기업의 주가가 내려갈수록 더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앞세워 국내 증시의 저평가 매력을 언급한 이 보고서는 다음날 매니저들에게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비난을 샀다.

한 기관투자자 주식운용담당자는 "하우스별로 뷰가 다를 수 있지만, 아무래도 JP모간 발(發) 삼성전자 충격이 있고 나서 바로 나온 보고서라 회자가 많이 됐다"며 "결국 JP모간이 자기부정을 한 모양새가 됐다"고 귀띔했다.

JP모간이 삼성전자 보고서를 발표한 시점도 의심을 샀다.

이날은 삼성전자가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서 신경영을 선포한 지 20주년 세리모니가 있었던 날이었다.

국내 증권사 IT업종 애널리스트는 "JP모간이 9조5천억원에 가까운 실적을 맞춘 것은 맞지만, 이번 보고서가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숫자보단 향후 전망에 대한 코멘트였다"며 "과거에도 JP모간이 삼성전자 주가 급락의 단초를 제공한 적이 있다 보니 그 영향력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기억하는 JP모간과 삼성전자의 악연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초, JP모간은 삼성전자가 연간 7천880억원의 적자를 내리라 전망했지만, 삼성전자는 11조5천7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JP모간의 악연에 대해 국내 리서치 하우스의 무능력을 언급하는 반성의 목소리도 있지만, 대장주마저 외국계 보고서에 휘둘리는 현실에 시장은 한탄하고 있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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