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로 들어간 STX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던 산업은행 출신의 인사들이 잇따라 퇴임하고 있다.

산은은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으로서 현재 자율협약을 기반으로 그룹 전반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STX그룹은 산은 출신들을 고위 임원 또는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해 왔는데 주채권은행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 사업과 재무상 어려움을 모면해 보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낙하산 인사'를 거래 기업에 대거 내려 보낸 산은에 대해서도 이러한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STX그룹 등에 따르면 지주회사인 ㈜STX의 인호 사외이사(감사위원)는 지난 3일 '일신상의 사유'로 퇴임했다.

인 전 사외이사는 산은에서 기획관리본부장과 국제본부장과 KDB헝가리은행장 등을 거쳐 한국자산관리공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올해 3월28일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나 불과 넉달만에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인 전 사외이사의 전임 역시 산은 출신의 이성근씨 였다. 산은에서 투자금융부문장과 산은캐피탈 대표 등을 역임하고서 ㈜STX 사외이사를 지내다 올해 3월에 인호 전 사외이사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임했다.

산은에서 검사부 검사역 등을 지냈던 최동현 STX엔진 사외이사도 지난 8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STX그룹의 한 관계자는 "㈜STX와 STX엔진 등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본인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경영정상화 계획을 바탕으로 앞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추진될 예정인 만큼 산은도 부담을 느껴 자사 출신의 사외이사들에 퇴임을 요구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인호, 최동현 전 사외이사가 스스로 퇴임했음에도 불구하고 STX그룹의 계열사에는 아직도 여러명의 산은 출신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STX중공업에는 산은 여수신 부장을 지낸 박준수씨와 산은 이사 출신의 심상운씨가 사외이사로 있고, STX조선에는 산은 부행장 출신의 정경채가 있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가 진행중인 STX팬오션에는 김종배 전 산은 부총재가 사외이사로 있다.

이들은 수년간 STX그룹의 핵심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해 오면서 이사회에서 단 한번도 반대표를 던진 경우가 없었다.

해운과 조선업황이 침체가 장기화하고 해당 기업들의 실적과 재무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순간에도 비판과 감시는 커녕 '거수기' 노릇만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산은 등 채권단은 자율협약 추진 기업들에 대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짜고 있다.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대규모 감자와 출자전환 등을 통해 해당 기업들의 주인이 채권단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재 남아있는 산은 출신 사외이사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권단은 이미 회사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부담을 줬다는 이유로 STX그룹의 재무라인 고위 임원들에 대해 자진해 물러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달 초 STX그룹의 재무를 총괄하던 변용희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STX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고, ㈜STX의 이모 경영기획실장과 STX조선의 CFO인 김모 부사장도 동반 퇴진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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