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내 1조짜리 증권사 만들겠다는 꿈, 자신있었다"

-회사 기울고 미다스의 손 비아냥거림도…"그래도 살아남으려고 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2004년 사장 취임 뒤 3개월 만에 대우증권을 위탁매매 부문 5위에서 1위로 올려놨다. 3년 만에는 자기자본 1위 자리도 탈환했다.

대우증권에서 대우사태 상처를 아물게 한,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손복조 대표.

그는 잘나가는 월급쟁이 증권사 최고 경영자에서 2008년 7월 증권사 대주주로 변신한다. 강세장을 뜻하는 황소의 별자리 이름을 딴 토러스투자증권에 꿈을 실어 인생 2막을 열었다.

"돈 버는 것만은 자신있었다"는 손복조 대표는 최근 만난 자리에서 힘들었던 5년, 여전히 힘든 현재를 가감 없이 얘기했다.

"회사 만들 때는 3년 내에 자기자본 1조원짜리 증권사로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습니다. 저 대우 때부터 돈 버는 거 자신있었거든요. 돈 벌면 3자 배정 받아서 1조원 정도로 늘릴 수 있을 거라는 계획이었죠. 그런데 3자 배정 한 번 못 받았습니다. 허허"

2007년 코스피는 2,000이라는 신세계를 열었고 주식시장은 엄청난 활황세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 증권사 설립 인가도 쏟아졌다. 손 대표도 그 중 한명이었고, 돌아온 손복조에 여의도의 관심도 쏟아졌다.

리서치, 딜링 룸으로 특화 전략을 세웠고 초기 반응도 좋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특화전략을 설 자리가 없었고, 돈 한 번 제대로 벌어보지 못했다.

"돈 없이 돈을 버는 브로커리지는 고정 비용은 들어가는데 이익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돈 가지고 돈을 버는 회사채 인수나 PEF, PI 등은 콜 등 자금 조달 규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상태가 안 되고 있구요"

'어, 어' 하다보니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비용을 줄였다. 직원들과 임원 급여도 깎았다. 본인은 연봉 0원을 선언했다.

리서치 투자나 마케팅, 접대 비 등은 증권업 하면서 절대 줄여서는 안되는 부분이라고 믿었던 손 대표는 이 부분도 줄이기 시작했다. 비용은 하루 500만원 정도 줄었는데, 이익이 나는 폭은 그보다 더 줄었다.

"1월에는, 새해에는, 새 정부도 들어서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손실이 더 나더라구요"

줄어드는 급여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미다스의 손'에 대한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자기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하는 건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망해가고 있는데 뒷담화나 하는 직원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손 대표는 2월 둘째주 직원들에게 모든 점심 약속을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바꿀 수 있는 건 모두 바꾸라고, 바꾸는 안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출근 시간을 바꾸든, 영업 방법을 바꾸든, 바꾸지 않으면 끝입니다. 지금은 완전히 위기 상황이고, 오늘과 같이 해서는 다른 내일을 기대할 수 없거든요"

증권사 설립을 후회할 법도 한 그는 "지분 욕심, 주인 욕심을 버리고 큰 자기자본을 가진 그럴 듯한 증권사를 만드는 건 오랜 꿈입니다. 일단 살아남아야 합니다. 회사 투자자들에게 면목은 없지만, 채권 쪽에서 혁신안을 가지고 온 걸 보니 희망이 있다"고 했다.

증권사가 가장 안전한 금융회사인데, 그렇지 않은 시각이 답답한 손 대표는 자금 조달 규제 완화 등을 원한다. 증권사가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호소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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