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롯데그룹이 국세청의 전격 세무조사로 활발한 기업 인수·합병(M&A)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서울지방국세청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잠실에 있는 롯데마트와 롯데시네마, 왕십리의 롯데슈퍼 등 롯데쇼핑의 4개 사업부문의 본부 조직에 조사1국과 4국의 직원 150명가량을 투입해 회계장부와 전산자료 등을 확보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9년 9월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4~5년 주기의 정기 세무조사라는 주장과 기획조사(특별조사)를 맡은 조사4국까지 동원된만큼 특별 세무조사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조사의 배경이 무엇이든 롯데그룹은 당장 M&A 시장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M&A는 오너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이뤄지는데 현재 같은 상황에서 집중할 수 있겠느냐"며 "경기 불황으로 대기업들이 M&A 시장에서 잔뜩 움츠린 가운데 롯데는 비교적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했지만, 동력이 한풀 꺾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1조원 규모의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매각 후 재임대)'과 대규모 하이브리드채권 발행 등을 추진하며 유동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과 더불어 유사시 대규모 자금 조달 등 충분한 실탄을 확보해두려는 차원으로 롯데는 늘 M&A를 성장동력으로 염두에 두고 있지만,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와 더불어 M&A시장의 큰 손이자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그룹으로 꼽히는 SK와 한화, CJ 등이 검찰 수사 직후부터 M&A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한화와 SK가 별다른 M&A 성과를 내지 못했고, CJ도 터키 게임사인 조이게임의 지분을 인수하는데 그쳤다"며 "여전히 해외 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CJ도 최근 미국 물류업체인 S사 인수를 최종 포기하면서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무조사와 검찰수사가 다르긴 하지만, 롯데도 어느 정도 M&A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세무조사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도 새 정부의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차원이 아니겠느냐"며 "최근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도 다수 시행했는데 조사4국 투입 여부를 근거로 특별 조사를 거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가 이번 조사로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M&A 업계에서 당장은 잠잠하겠지만, 최대 120일로 예고된 이번 조사가 끝나면 다시 활발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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