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4월 총선 등 정치 시즌을 앞두고 금융권이 난데없이 몸살을 앓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법안 통과를 시도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가 지난 9일 통과시킨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은 금융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최대의 악법이 될 수도 있다. IMF 구제금융 이후 지난 15년간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용을 들이면서도 지켜온 예금자 보호법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예금자 보호법은 무려 16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골격을 갖춘 사회적 약속이다. 조흥은행, 상업은행, 한일은행, 제일은행 등 백년 역사를 자랑하던 시중은행이 줄줄이 퇴출되고 평화은행, 동남은행, 경기은행 등 일일이 셀 수도 없을 정도의 중견 은행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진 터전 위에 자리 잡았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현재의 금융질서는 IMF 구제금융 이후 예금자,금융권 종사자 등의피눈물 나는 고통 끝에 자리매김했다.

당시 조성한 공적자금 가운데 일부는 아직도 상환되지 않아 우리 후세들이 두고두고 갚아야할 부채로 남아 있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우리세대는 정말 염치없는 세대로 기록될 수도 있다. 당대의 빚도 다 갚지 않은 마당에 또 다른 부담을 후세에 떠넘기고모럴헤저드를 조장한 세대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실한 저축은행에 예금했다가 낭패를 본 예금자들은 다른 방법으로 구제해야 할 사안이다. 사정이 아무리 딱해도 160조원이나 들이면서 지켜온 소중한 원칙을 깨뜨릴 수는 없다.

정부가 정한 수수료율을 카드사가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도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독소조항이다.카드사와 가맹점이 계약을통해 결정하는 수수료를 국회와 정부가 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사인간의 거래는 계약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는 게 시장 자본주의의 근간이다.

국회가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해 수수료율을 깎아주고 싶으면 정공법을 써야 한다. 금감원 등 감독 기관을 독려해 여신전문 업체 등이 자본 조달 코스트를 부풀리지는 않았는지를 추궁하는 것도 정공법 가운데 하나로 모색될 수 있다.

카드사, 캐피탈사 등이 금융시장에서 싸게 자금을 조달하고도 지난친 이윤을 추구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만으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치권의 금융지능이 낮은 탓에 절도와 규율이 근간인 금융시장까지 흔들려서는 안 될 일이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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