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발행 시점에 따라 이자가 몇억원씩 왔다갔다하는데 무섭죠"

대기업의 한 자금 담당자는 19일 대표주관사만 선정하고 회사채 발행을 왜 아직 안 하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금리가 불안하게 움직이다보니 발행 철회, 연기, 규모 축소, 사모사채와 장ㆍ단기 기업어음(CP)으로 대체 등이 회사채 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국고채 금리가 '널뛰기' 행보를 보이면서 투자자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회사채는 국고채보다 유동성이 낮아 금리 변동기에 처분하기 쉽지 않아 기피대상이 된다.

올해 사모채만 찍어서 자금을 조달했던 LG전자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달에 이미 2년ㆍ5년ㆍ7년물로 1천억원씩 총 3천억원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을 마쳐야 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채권시장의 변동성에 발행시기 미뤘고, 최근에서야 계획을 수정해 장기물인 5년물과 7년물을 목표했던 규모의 절반인 50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금리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장기물의 가격변동성이 커 투자자 확보가 쉽지 않아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발행규모는 결국 2천억원으로 감소했다.

LG전자처럼 규모를 줄여서라도 발행할 수 있으면 선방한 셈이다.

KCC건설은 이달 초 KTB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해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최근 철회했다. 부진을 겪는 건설업종이어서 투자자 확보가 어려워서다.

두 달 전에 대표주관사만 선정해놓고 시장만 보는 기업도 있다.

CJ E&M은 지난 5월 중순 한국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1천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금리 급등에 CJ E&M은 결국 관망세로 돌아섰다. 이 틈을 타 몇몇 증권사는 사모채와 장기 CP 쪽으로 발행을 유도했지만, CJ E&M은 '꿈쩍'도 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나' 해서 발행에 나섰지만 '역시나'인 경우도 있다.

KB금융지주는 KB생명 유상증자와 지분인수에 쓸 3천500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지난달에 찍으려 했지만, 희망금리밴드 내 수요가 '제로(0)'로 나타났다. 그대로 발행하면 증권사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 KB지주는 회사채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결국 발행을 철회했다.

KB지주는 최근 삼성증권과 KDB대우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해 재추진하고 있지만, 발행 시기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모시장이 위축되자 아예 다른 방향으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도 보인다.

CJ대한통운은 지난 8일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증권신고서를 내고 3년물 CP를 찍었다. 이랜드리테일도 10일 사모채를 통해 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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