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투뱅크(1지주-2은행)'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거창한 슬로건 보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외환은행 직원들의 마음을 어떻게 추스를지가 신임 윤용로 행장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인수대금을 지급하고 윤 부회장이 법원 판결에 따라 임시 행장직을 맡으면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은 명실상부한 '한 식구'가 됐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직원들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먼저 추슬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도 외환은행 직원들이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고 추정한 바 있다.

윤용로 행장은 13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노조와의 대화 기간인 오는 17일까지 외환은행에 출근하지 않을 수 있다"며 "감정적으로 대립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지난 10일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이 퇴임하면서 외환은행 임시 행장직을 맡았다. 이날이 첫 출근일이었으나 대화가 마무리될 때까지 외부에서 집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윤 행장의 출근을 막기 위해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을지로 본점 입구를 지켰다.

윤 행장은 "조직을 추슬러야 외환은행이 다시 뛸 수 있다"며 "노조와 거의 매일 만나 모든 안건을 올려놓고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신청을 한 상태며 쟁의 조정기간인 오는 17일까지 만족할 만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18일부터는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투 뱅크 체제' 및 외환은행 브랜드 유지, 외환은행 직원들의 고용 안정 보장, 경영과 재무ㆍ인사 부문의 독립성 확보 등이 노조의 주요 관심사다"고 설명했다.

실무적인 협상도 중요하지만 은행으로서 먼저 출발한 데다 하나금융과 문화가 상이한 외환은행을 정서적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진단도 끊이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2005년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했을 때는 이렇게 반발이 격렬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하나금융이 아니라 KB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했다면 노조도 이렇게까지 들고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하나금융측에서 외환은행을 감싸겠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1년여의 인수 기간에 외환은행 직원들의 감정이 많이 상했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은 1967년 한국은행의 외국환업무와 이에 관련되는 자산과 부채를 승계해 설립됐다. 설립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상업은행인 동시에 공공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출입국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이라 당시 최고의 엘리트들이나 고위층 자제들이 해외 영업망이 촘촘한 외환은행에 많이 입사했다는 후문이다.

반면 하나금융은 1971년 단자회사인 한국투자금융에서 출발해 1998년 충청은행, 1999년 보람은행, 2002년 서울은행 인수하며 대형 금융회사로 성장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전부터 은행 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하나금융의 부상을 낯설어한다"며 "하나금융은 '사채업'에서 출발했다는 시선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연공서열을 중시하고 원칙과 규율을 중시하는 외환은행과 달리 하나금융은 추진력을 중시하기도 한다. 특히 김승유 회장은 한국투자금융 출신들의 엘리트 의식을 아쉬워하며 영업력 있는 시중은행 출신들을 중용했다. 신한은행 출신인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대표적인 예다.

김 회장도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발이 실무적인 이유 뿐 아니라 자존심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감정적으로 부딪쳐서는 안 된다"며 첫 출근을 포기한 윤 행장이나 "자존심 문제다"며 인수 반대 이유를 짚은 김 회장 모두 정서적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다룰 것으로 점쳐진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독립경영과 투뱅크 체제 유지, 매트릭스 체제 도입, 중복 지점 통합, 임금 협상, 고용보장 등 실무적인 과제도 산적해있다"면서도 "일단 양측이 격해진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대화하기 시작한 것은 좋은 징조다"고 분석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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