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합작사 매각 관련 내용 보충>>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중국에서 약 260억원을 투자했다가 고스란히 손실을 본 대한항공[003490]이 한국항공우주[047810](KAI) 인수와 부산지역 투자를 할 수 있을까.

관련업계와 IB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이 KAI 인수작업을 우선 진행한 후 부산 항공클러스터 조성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느리게 움직일 것으로 23일 예상했다.

실적과 재무구조상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데다 KAI 인수 여부에 따라 사업과 투자 계획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KAI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사실상 고의로 유찰시켰다. KAI 주가가 너무 높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대통령 선거 정국에서 지역민심에 민감한 정치권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계산도 깔렸었다.

사천을 비롯한 경남지역에서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할 경우 동반 부실을 초래한다며 KAI 민영화를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대한항공이 부산시와 항공산업 육성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 KAI 인수 시 부산 지역으로의 이전을 우려해 반대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KAI 인수 시 사천에도 똑같은 규모(약 1조5천억원)의 투자를 집행하 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KAI 인수 자체도 만만치 않다. 올 3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1조4천억원대로 IB 업계가 보는 KAI 인수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항공기 도입과 재무완충력을 위해 이 자금을 고스란히 쓸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올 3월 말 기준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가 각각 797.2%, 59.7%에 달해 부담스럽다. 경기침체와 북한 위협 등으로 현금창출력도 신통치 않다.

오는 8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출범하는 한진칼이 주요 인수주체로 나선다고 해도 대규모 외부 조달은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여전히 "KAI에 관심있으나 자체 산정한 적정가격 이상을 줄 수 없다 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적정가격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KAI 인수도 장 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항공클러스터 조성도 요원하다.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MOU 체결 후 대한항공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항공 측은 부산 항공클러스터에 투자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항공클러스터 조성은 KAI와 관련이 없고 어차피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현재 사업추진을 위한 사업성 검토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한항공이 신형 항공기도 구입해야 하는데 최근과 같은 실적으로는 운영자금 대기도 빠듯한 실정"이라며 "KAI 인수 여부에 따라 사업 연계나 자금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부산 항공클러스터 조성사업의 본격적인 진행 시기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이 부진에 빠진 화물운송사업본부를 직접 지휘하는 등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으나 그렇다고 대규모 투자금액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KAI 인수는 몰라도 부산과 사천지역 투자는 상당한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대한항공은 중국 최대 물류사인 시노트랜스와 2007년에 합작한 그랜드스타(Grandstar Cargo)를 지난달 중국 화물 항공사인 유니톱에어에 단 1위안(182원)에 매각했다고 이날 밝혔다. 중국 내 물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 손을 잡았으나 현지 경쟁업체에 밀리고 화물 운송시장 침체로 제대로 된 소득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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