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이 있다.

국내 대형 금융기관들의 수장 교체와 후속 인사가 속속 이뤄지는 가운데 이번 KB금융의 인사는 그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영록 KB금융 신임 회장이 취임 직후 단행한 인사는 KB금융그룹의 오랜 관행을 바꿨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노조 등 내부의 표현으로 `국민은행에 합류한 지 2년밖에 되지 않는' 이건호 행장을 발탁한 것은 대단한 용기의 산물로 평가된다. 내부적으로 암묵적인 룰을 깨뜨린 인사였기 때문이다.

KB의 경우 상당 기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주요 보직 나누기, 또는 순번식 인사가 주류를 이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관행은 성과와 실력 위주의 인사를 막는 걸림돌이 돼 온 것이 사실이다. 관행을 벗어나거나 외부 인사가 주요 보직을 맡을 때마다 노조를 비롯한 내부동요나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번 인사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지어는 고위 공직자가 인사에 개입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흑색선전도 나왔다.

KB뿐 아니라 국내 다른 은행들이 합병을 통해 만들어진 특성상, 금융지주사들 전반적으로 '균형'을 우선시하는 인사가 주로 이뤄져 온 게 현실이다.

KB의 경우도 임원급뿐 아니라 실무급 인사도 국민과 주택은행 출신을 나눠서 직급별로 안배해 온 게 사실이다.

신한금융도 이른바 조직 내 계파간 갈등의 정점인 `신한 사태'를 거치면서 얻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탕평 인사'를 단행해 조직 안정화를 꾀했듯 KB 역시 내부 인사문제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건호 신임 국민은행장은 노조의 저지로 22일 오후로 예정됐던 취임식을 치르지 못했다. 노조는 이 행장의 선임을 `관치금융'으로 규정하고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관치금융'이라는 비난은 비단 KB의 경우만이 아니다. BS금융지주 회장의 퇴진과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선임 연기,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인사 등도 다 같은 맥락에서 질타 받는다. 하지만 이들 경우 모두 그 이면은 내부 조직원들의 기득권 수호 차원의 갈등과 맞닿아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이순우 회장이 내부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속 시원한 계열사 인사를 단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해체수순을 밟는 그룹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상업'과 '한일'출신의 균형 발탁이라는 해묵은 관행과 외부 인사의 등용 문제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에 `관(官)'의 간섭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경계 해야 하지만 이를 빌미로 각 금융사들의 내부 `밥그릇 챙기기' 측면의 도덕적 해이는 없는지도 자문해봐야한다.

그래서 KB금융 임 회장의 인사코드는 금융권 내부에서도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더불어 해묵은 조직 내부의 관행을 타파하는 노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취임 이후 인사에 대해 `실력 최우선'이라는 철학을 종종 내세워 왔지만 실제로 적용하기는 내부 반발로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KB의 경우는 한 발짝 나아가려는 노력이라는 느낌이 든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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