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경제개혁연대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시민단체가 13일 국민연금의 최태원 하이닉스 이사 선임안에 '중립' 의견을 낸 것은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제출한 의결권 행사 내역 중 이를 반대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으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마저 중립(새도우 보팅)의견은 의결권의 불통일 행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동안 국민연금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임시주주총회는 소액주주 외에는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에 아무런 이의제기도 하지 못하는 현 기관투자자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관 일부 변경의 건 가운데도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기존에는 이사회가 보수지급 여부 및 금액을 정하도록 돼 있었으나 변경된 안건에는 이 조항의 삭제로 대표이사의 전결사항으로 조정했다. 이는 현재 인사위원회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으로 사실상 지배주주 및 대표이사의 이사회 장악을 쉽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사회 내 위원회로서 기존의 이사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변경했는데, 이 또한 사내이사 선임에 대한 대표이사의 권한만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정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도 "국민연금이 최태원 SK회장의 하이닉스 이사 선임안에 찬성한 사례를 보면 국민연금이 기업 견제를 제대로 할 것인가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새도우 보팅이라는 것은 기관투자자들이 의사결정하기 싫을 때 하는 비겁한 방식"이라며 "최 회장은 과거 분식회계 등 범죄를 저질렀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어 이사로서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일부 의결위원들이 사퇴했다. 이들 위원들은 최태원 회장의 하이닉스 사내이사 선임은 재벌 편의 봐주기의 표본이며, 위원회에서 더 활동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적기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최태원 회장의 역할이 매우 필요하다"며 "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하이닉스 앞으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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