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스개 삼아 장래에 일어날 적중률 100%인 예언을 하나 해볼까 한다.

'올해도 가을은 반드시 온다.'

절기상 가을을 알리는 입추(立秋)가 올해는 다른 해보다 무척 빠른 다음 주 8월7일이다. 33년 만의 긴 장마가 이어지는 여름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을은 곧바로 성큼 다가올 것 같다.

계절이 바뀌어도 취업 준비생들은 '올해도 안 되면 어쩌지?'라며 꿈에서도 불안해하고, 도서관에 앉아 있는 숫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29일 발표된 올 상반기 생산가능인구(15세-64세)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고용률이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고용률은 작년 상반기보다 0.10%포인트 하락한 63.93%로 일자리 창출이 악화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됐다. 특히 청년층의 고용률은 전년동기보다 1.18%나 급락해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청년층 고용률 급락은 기업들의 투자를 줄이면서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가 부족해진 때문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요란하게 창출했다는 일자리도 질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런 우울한 상황을 반영한 탓인지 요즘 국내 20대~30대들에게 밤을 하얗게 지새우게 하는 일본 만화 열풍이 화제다. 27세의 일본 만화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諫山創)가 데뷔작으로 그린 '진격의 거인'(進擊の巨人). 일본에서만 2천만 부가 팔리고, 한국말로 10권까지 옮겨졌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방송되고 있다. 제목을 본뜬 패러디가 한국의 코미디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대유행이다.

해당 만화는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을 상대로 한 인류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알 수 없는 거인은 '불안한 미래'이며, 주인공 앨런으로 대표되는 거인에 대한 분노는 다름 아닌 '젊음의 분노'이기도 하다. 동복부 대지진과 후쿠오카 원자로 폭발 이후 일본인들은 더는 정치인과 관료를 믿지 않게 됐다.

이런 만화가 한국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유행 하는 이유는 뭘까. 국내 문화평론가들은 미지의 거인에 대한 공포가 우리 청년세대에게도 미래 없는 취업전쟁에서 나타난 불안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일본사회를 짓누른 무력감이 이제는 한국 사회를 휘감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주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브라질에서 열린 청년 축전에서 청년 실업 문제에 이례적으로 걱정했다. 교황은 "사람이 일을 통해 자기 밥벌이를 하는 데서 존엄성을 찾는데 `일자리 없는 세대'가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문명사적인 위기를 경고했다. 청년 실업 문제를 종교지도자가 걱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가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넘는 전 지구적 화두가 됐다는 얘기다.

이번 늦여름과 가을에도 한국의 청년들이 정치인과 관료에게 희망을 버린 채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분노를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을 보며 달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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