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SK그룹으로 편입된 하이닉스반도체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단계에서부터 파열음을 냈다.

계열사 자금을 횡령·전용한 혐의로 재판도 받아야 하는 최 회장으로서는 국면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최 회장이 하이닉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사내이사 선임의 정당성을 부각시킬 것이란 예상이 재계와 금융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재출연 등 사회공헌 활동 확대도 언급된다.

하이닉스는 1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최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으나 만만찮은 진통을 겪었다.

하이닉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한 의결권 행사로 '중립(섀도우보팅)' 의견을 내자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정부 측 추천위원 2명이 전격 사퇴했다.

경제개혁연대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도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전형적인 봐주기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적기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최 회장의 역할이 매우 필요하다"며 "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하이닉스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SK그룹 측이 밝힌 대로 최 회장이 자신의 둘러싼 논란을 조금이나마 희석하려면 하이닉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미 SK그룹은 올해 하이닉스 시설투자에 4조2천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보다 20%나 늘어난 규모다.

특히 낸드플래시 규모에 절반인 2조1천억원을 투입해 모바일 기기 확산에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밝혔다.

재계와 금융계 관계자들은 특히 SK그룹이 조기 투자 집행으로 따가운 눈총을 하이닉스 성장으로 돌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 대규모 투자는 재판을 앞둔 최 회장이 국가 주요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는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와 하이닉스의 자금 조달활동도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인포맥스의 기업 재무제표 분석(화면 8109)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IFRS 연결기준 하이닉스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약 2조원 가량이다. 지난해 4분기 1천6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관련 시황과 현금창출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부 자금이 필요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T가 하이닉스 인수자로 나섰을 때부터 의도에 여러 가지 얘기가 많았다"며 "사내이사 선임 단계에서부터 진통을 겪은 최 회장으로서는 앞으로 투자와 실적으로 어필하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국내 IB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재벌 총수가 국가 경제 발전 등에 기여했다는 등의 이유로 사면을 받거나 가벼운 처벌만 받는 사례가 많았다"며 "SK그룹도 유무죄를 떠나 투자 조기집행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자금조달 활동이 활발할 전망"이라며 "총수의 사채출연 등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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