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점포 냈다가 쓴맛 보고, 수출로 해외사업 돌파구 모색

납품단가 인하 안 해…국내 中企 협력사와 동반성장 강조







<사진설명 : 홍콩 '파켄샵(PARKnSHOP)'이 7월 29일부터 한국식품절 행사를 열고 이마트의 자체상표(PL)상품을 판매한다. 이날 오전 홍콩 다이각주이(大角咀) 지역의 '올림피안시티' 쇼핑몰에 있는 파켄샵 매장에서 홍콩 현지 고객들이 이마트 PL 튀김우동과 유자차, 고추장 등 이마트 중소 협력사들이 생산한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홍콩=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이마트가 유통업계 최초로 해외 대형마트에 자체상표(PL)상품을 수출한다.

PL 상품이란 유통업체들이 제조업체와 공동으로 상품을 생산하고, 이 제품에 유통업체가 자체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29일부터 홍콩 왓슨 그룹이 운영하는 소매점 '파켄샵(PARKnSHOP)'의 60여 개 매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한 이마트 PL 상품을 수출한다고 1일 밝혔다.

이마트는 앞으로도 해외 대형 유통업체와 수출 협약을 체결하고, 중소기업 상품을 모아 이마트 브랜드를 달고 납품하는 '중소기업 상품 해외 수출 동반성장 모델'을 확대할 방침이다.

◇'해외 점포 대신 PL 상품 수출' 전략 성공할까 = 이마트는 지난 1997년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했지만, 실적 부진을 거듭하며 해외 사업에서 쓴맛을 봤다.

이마트뿐만 아니라 월마트와 까르푸 등 글로벌 대형 유통업체들도 세계 각국에 진출했지만, 현지 기업에 밀려 곳곳에서 철수하고 있다.

중국에서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이마트는 해외 점포 개설 대신 PL 상품 수출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해외 점포 개설이 대규모 투자비를 들여 '하드웨어' 자체를 소유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PL 상품 수출은 현지 대형마트에 국내 중소협력사의 우수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형 모델이다.

플랫폼형 모델은 무엇보다도 전 세계에 한류 열풍이 부는 가운데 한국 식품의 인기가 뜨거운 덕분에 가능했다.

홍콩에 거주하는 루이 챈(34)은 "한국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홍콩에서는 '한국산'이라면 뭐든지 좋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한국에서 만든 상품들은 가격 대비 품질이 좋다"고 말했다.

루이는 "홍콩은 빵의 먹는 느낌이 푸석푸석한 데 한국의 '파리바게뜨' 같은 가게들이 들어오면 잘 될 것 같다"며 "또, 많은 사람이 포장 삼계탕과 '종갓집 김치', '마켓 오 브라우니', '치즈라면', '감자라면', '초코파이', '닭다리 과자', 저렴한 김, 초고추장 등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베로니카 씨우(26)는 "파켄샵 체인의 슈퍼마켓인 테이스트는 한국 제품을 최근에 팔기 시작했지만, 아직 일본 스낵처럼 종류가 다양하진 않다"고 말했다.

베로니카는 "홍콩 사람들은 새로운 맛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며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다 라면이나 과자를 먹는 장면들을 보며 하나씩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왓슨 그룹도 한국 식품의 인기가 뜨거운 가운데 홍콩 내 다른 유통기업과 차별화 방안을 고민하던 중 이마트 PL 상품은 품질이 뛰어나고, 가격경쟁력도 충분하다고 판단해 이번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마트 측은 전했다.

이번에 홍콩 파켄샵에서 판매되는 이마트 PL 상품은 청우식품 과자와 담터 율무차, 풍국면 소면, 신송식품 쌈장, 가야 당근 주스 등 17개 기업의 35개 품목이다.

이마트는 이번 PL 상품 수출을 위해 50여 명의 해외소싱담당 바이어와 일본과 중국, 미국, 베트남 등 현지 사무소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마사모리 요시다 이마트 도쿄 사무소 총괄 책임자는 "이마트는 작년 11월부터 왓슨 그룹과 관련 사항을 협의했다"며 "작년 12월 도교 사무소가 왓슨 그룹에 PL 가공식품 128개에 대해 가격을 제의했고, 지난 2월 최종적으로 상품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측은 "PL 상품 수출로 추가 매출을 올리고, 중소기업은 우수한 상품을 해외 유수의 대형마트에 팔 수 있게 돼 윈윈효과가 기대된다"며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동반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PL 상품 수출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1만 개가 넘는 왓슨 그룹의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왓슨 그룹은 아시아 최대 갑부인 리카싱(李嘉誠) 소유의 허치슨 왐포아 그룹의 자회사로 전 세계 33개국에 20개의 브랜드를 보유, 1만800개의 소매점을 운영하는 글로벌기업이다.

이마트는 지난 3월 아시아 최대 식품 박람회 도쿄식품박람회(FOODEX)에 이마트관을 만들어 왓슨 그룹 외에도 일본과 홍콩, 대만, 태국, 몽골 등 7개국 12개 업체와 PL 상품 수출 상담을 했다.

이 중 일본 유통업체와도 상품 수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고, 싱가포르와 몽골 업체에도 상품 가격을 제의했다고 이마트 측은 전했다.

이마트는 앞으로도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국가의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PL 상품 수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 본사 내 해외소싱담당에 수출입 전담팀을 설립할 예정이다.

◇해외 지사 있는 中企가 이마트 선택한 까닭은 = 이번 PL 상품 수출에 포함된 국산 전통 차 업체 담터는 중국 심양과 상해, 베이징, 미국 LA에 지사가 있고, 홍콩에는 대리점이 있다.

'찰떡 쿠키'로 유명한 청우식품 또한 제조업체 브랜드(NB) 상품을 홍콩에 자체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은 이마트의 PL 상품 수출을 통해 수출 관련 비용을 대폭 줄이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번 수출에 참여했다.

배형찬 담터 상무는 "이번에 담터가 이마트를 통해 수출하는 5개 품목은 기존의 국내 이마트 납품가와 같은 가격에 납품했다"며 "해외 지사를 통해 NB를 수출했을 때 수출 대금의 약 10~15%가량 비용이 발생하는데 PL 상품은 이를 이마트가 부담해 그만큼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 상무는 "해외 수출 판로를 다변화하고자 이번 수출에 참여하게 됐다"며 "기존의 해외 지사를 통한 영업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수 청우식품 부장은 "홍콩에는 NB 상품을 자체적으로 팔고 있지만, 동남아시아 시장은 여력이 안 돼 개척을 못 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마트를 통해 동남아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중소 협력사가 PL 상품수출을 통해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을 늘리는 동시에 각종 수출 관련 업무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은 상품 수출 시 소량 수출로 거래비용과 물류비용 등이 과다하게 발생한다.

이마트는 여러 기업의 상품을 혼합해 컨테이너 한 개를 채우기 부족한 화물(LCL)이 아닌 충분히 채운 화물(FCL)로 선적·배송해 물류비를 40%가량 줄여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

또, '이마트 자체 수출관리시스템'을 통해 중소기업은 통관과 선적, 대금결제, 배상청구 등 수출관련 업무를 해결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해외 대형마트로부터 매출채권 회수에 걸리는 시간도 줄였다.

이마트가 수출 상품을 사들여 중소기업에 선결제를 하기 때문이다. 수출 시 발생할 수 있는 상품파손에 따른 손해도 이마트가 부담한다.

이강혁 이마트 해외소싱담당 바이어는 "협력사가 기존에 해외 지사나 특판 등을 통해 판매해오던 부분이 있어 NB 상품이 아닌 PL 상품 수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바이어는 "이마트의 단기적인 비전은 홍콩의 의류·소비재 공급업체인 리앤펑"이라며 "첫 시작은 PL 상품 위주로 했지만, 앞으로 NB 상품이나 코스트코처럼 수출 전용 PL 상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인철 이마트 대표는 "이번에 이마트의 중소기업 PL 상품 수출은 유통업계 매출증가와 중소기업 해외판로 개척이라는 측면에서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는 동반성장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이미 아시아 지역에서는 식품 한류의 영향으로 국내 최대 할인점인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수입하고자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 해외 유통업체와의 적극적인 접촉을 통해 중소기업 해외 판로개척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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