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대부분의 기업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우려하면서도 동시에 기대를 표시한다. 미국의 경기 회복 신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겼다.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고성장에서 중성장으로 접어드는 과도기라면 다행이지만, 경착률할 경우 그 여파는 고스란히 국내 기업에 미치게 된다.

'잘 나가는' 삼성전자도 고민이다.

반도체 시황이 살아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 비중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신제품 한두 개만 실패해도 전체 실적이 휘청댈 수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성장 둔화…자동차 내수도 고민 = 스마트폰이 주력인 삼성전자의 IM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올해 1분기 74%에서 2분기 66%로 떨어졌다.

비중이 떨어진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보면 다행스럽다고 볼 수 있으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둔화와 마케팅 비용 증가가 원인이라는 점에서 때마침 반도체 등이 부진했으면 실적 성장을 이뤄지지 못할 뻔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1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도 다른 부문에 선투자를 통해 전체적인 실적 성장세를 이뤄가겠다는 뜻이다.

LG전자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보급형 라인업으로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영업이익률 부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프리미엄 쪽에서도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 비용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결국, LG전자도 TV와 가전 부문에서 수익성을 크게 키워야 한다. 자동차 부품 사업인 VC사업본부를 신설했으나 본격적인 이익을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내수 부진을 신차로 돌파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워낙 수입차 공세가 거세 점유율 하락을 막지 못하는 형편이다. 수출이 버텨주고 있으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업황 부진이라는 말도 지겹다 = 건설과 철강, 조선, 해운업황의 부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규제를 풀고 거래 장려방안을 시행해도 부동산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대형 건설사는 해외 수주로 먹고산다고 해도 그렇지 못한 건설사는 유동성 확보에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조선과 해운도 마찬가지.

대형 조선사들이 해양 플랜트로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으나 과거 저가 수주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해운업황이 살아나지 않는 한 배만 만들어서는 견뎌낼 수가 없다.

그러나 글로벌 선사들이 손을 잡고 운임을 주도하면서 국내 선사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도 이익 내기가 버겁다. 저운임을 견디기 위해서는 연비가 좋은 새로운 선박을 발주해야 하는데 실적이 부진하다 보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악순환이 연속인 셈이다.

전방산업의 부진과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철강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꾸준한 자원개발 투자가 하루빨리 성과를 나타내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발 위기론…'투자할 것인가 긴축할 것인가' = 미국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는가 했더니 중국 경제가 심상찮다. 날마다 오르는 임금을 산업 고도화로 막아야 하는데 기술 발전은 아직 더디다.

곳곳의 부실규모를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중국 정부도 쉽게 부양책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성장 국가에서 중성장 국가로 연착륙할 경우 우리나라 기업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으나 자칫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미국발 위기보다 더 큰 폭풍이 될 수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시각이다.

예를 들어 올해 상반기 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2%나 감소했다. 중국 굴삭기 시장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탓이다. 로컬 업체들과의 경쟁도 있으나 그만큼 중국 경기가 부진한 셈이다.

또,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 회복을 기대했었으나 점차 희석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주요 대기업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영업을 독려해서 일단 불황을 버틸 것인지, 과감한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주력 분야의 시장 점유율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1~2년 더 장기화되면 아마 국내 산업은 심각한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경기가 시나리오대로 살아나고 중국이 연착륙하기를 기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수출, 해외진출만이 답인데 세무조사 등 자꾸 발목 잡는 일만 발생한다"며 "또, 일부 기업은 긴축으로 버티는데 한계점에 도달했는데 그렇다고 다시 투자를 할 여력도 안되고 진퇴양난"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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