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던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된 것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공판에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최 회장 측이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김원홍 전 고문을 지목하고 6천억원 상당의 재산을 사기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관계자들은 김 전 고문이 선물 옵션 투자 등으로 단기간에 투자금을 2~3배로 늘려줬고, 환율과 주가 등을 정확하게 예측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최 회장과의 신의가 두터워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로 보고 있다.

2일 SK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의 계열사 자금 횡령 사건 핵심 관계자로 지목된 김원홍 전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은 항소심에서 김 전 고문과의 첫 인연은 1998년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의 소개에 의해 시작됐다고 밝혔다.

김 전 고문은 최 회장이 최종현 전회장으로부터 그룹을 물려받을 당시 상속세 납부 과정 등에서 최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엄청난 투자 수익을 올려 최 회장에게 돌려줌으로써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김원홍과) 한달에 한두번 정도 만났다"며 "주로 경제와 사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고문이 특히 주가·환율·미국 이자율 등 경제분야에 정통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김 전 고문이 주가나 환율 등에 대한 예측이 뛰어난 것을 두고 역술이나 주술능력이 있는게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실제 이번사건의 또 다른 주요 인물인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는 법원 진술에서 "(김원홍 전 고문은) 단순한 투자 에이전트가 아니며 최재원 부회장은 거의 복종할 정도"라며 "최 회장 측이 주술에 걸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선물 투자를 시작한 이후 6천억원 규모의 투자금 반환을 독촉할 때마다 김 전 고문이 단기간에 선물투자로 수십 배의 수익률을 내는 기록을 보여주며 안심시켰다고 진술했다.

또한 "김원홍은 2012년 6월까지만 기다리면 이번 재판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투자금도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최 회장은 김원홍과의 관계를 끊고 어떠한 연락을 받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원홍의 체포가 항소심 선고를 앞둔 최 회장의 재판에도 어떠한 영향을 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SK 관계자는 "변론 재개 신청은 법원, 검찰, 변호인 측 모두 신청할 수 있다"며 "아직 입장 정리가 안됐지만, 선고 연기 등 최종 결정은 재판부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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