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ITC(미국무역위원회)의 애플 제품 수입금지 결정을 거부하며 자국 업체 감싸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향후 미국에서 진행될 특허소송은 물론 애플과 진행 중인 특허협상에서도 다소 불리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커졌다.

USTR(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ITC에 보내는 서한을 통해 아이폰4 등 애플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결정을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ITC는 지난 6월 애플이 삼성의 3세대(3G) 이동통신 관련 필수표준특허(SEP)를 침해했다고 판정했다. 지난해 8월 애플의 손을 들어줬던 예비판정을 ITC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이 때문에 애플은 아이폰3와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패드, 아이패드2 등의 제품을 미국에서 판매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ITC 수입금지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그 뜻을 USTR가 전달한 것이다.

USTR은 거부권 행사 이유에 대해 "미국경제의 경쟁 상황과 소비자에게 잠재적으로 해를 낄 수 있다"며 "특히 표준특허로 수입 금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처럼 USTR가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구실을 달았음에도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26년 만일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나타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애플이 미국의 대표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행정부가 이례적인 조치를 감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인해 삼성은 애플과 가장 치열하게 특허전을 벌이는 미국에서 다소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미 삼성은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새너제이)에서 진행된 1심 소송에서 애플에 5억9천950만달러(약 6천50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또, 5천억원 가량의 추가 배상금을 물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새로운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또, 작년 10월에는 ITC로부터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관련 디자인 특허 1건과 상용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예비 판정도 받았다.

이후 삼성 측의 문제제기로 ITC가 재심에 나서 오는 9일(현지시간)에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지만, 이번에 미국 행정부가 애플의 편을 들고 나선 만큼 삼성으로서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설령 오는 9일 나오는 ITC 판결에서 이기더라도 당초 아이폰의 수입금지 조치와 함께 애플을 압박하려던 삼성의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로펌의 한 특허법 전문가는 "ITC도 결국은 미국 행정부의 입김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삼성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이번에 삼성이 이기더라도 오바마의 거부권으로 사실상 무승부가 된다"며 "게다가 만약에 이번에도 삼성이 패하면 애플과의 특허협상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애플은 "중요한 사안에서 혁신을 지지해준 오바마 정부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 측은 "애플이 특허를 침해하고 라이센스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음을 인정한 ITC 최종 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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