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서머스 프레임'
<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서머스 프레임'
  • 승인 2013.08.0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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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1.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로런스 서머스는 평소 이런 농담을 자주했다고 한다. "IQ 200인 사람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연구하라. IQ 150은 세계 경제를 예측하는 일을 하라. 그럼 IQ 60인 사람은?그냥 환율 예측이나 해라"

#2. 서머스는 1998년 하버드대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콘 파이프(옥수수 숫대로 만든 담배 파이프)를 선물로 받았다. 콘 파이프는 과거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애용한 물건이다.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면에서 맥아더와 서머스가 닮았다는 것을 비꼬는 의미로 준 것이다. 서머스에게 이 선물을 준 사람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다. 당시 사카키바라는 서머스에게 "항상 하고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니까 일본에서는 맥아더 장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했다.

이상은 서머스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일화다. 거침없는 언사와 논쟁을 즐기는 성격,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오만함과 독선, 똑똑하지만 무뚝뚝한 그는 자신감과 자만심의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하는 인물이다. 오죽하면 '서머스에게 겸손함을 바라는 것은 마돈나에게 정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노골적인 농담까지 나왔을까.

과거 인물로 여겨졌던 서머스가 올여름 국제금융시장에 가장 '핫한' 키워드로 등장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에 서머스가 포함되면서 정ㆍ관계와 금융계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후보자는 세 명이지만 결론은 '서머스냐 아니냐' 하나로 압축된다. 포스트 버냉키는 서머스 프레임에 깊이 빠진 셈이다.



◆유명무실한 3파전…= 차기 연준 의장 후보는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과 서머스의 맞대결로 흐르던 경쟁구도에 도널드 콘 전 연준 이사가 합세해 3파전으로 가는 모양새다.

옐런 부의장은 연준의 현재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유일한 여성후보라는 강점도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속 깊은 곳엔 서머스가 차기 의장 후보로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 의원들과 백악관에서 비공개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 중 하나가 "래리 서머스, 배드 초이스(Larry Summers. Bad choice)"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서머스 반대' 서명운동을 벌일 정도로 싫어한다. 바짝 약이 오른 오바마 대통령은 서머스를 적극적으로 두둔했다고 한다.

도널드 콘 이사가 뒤늦게 하마평에 오른 건 이러한 민주당-백악관 구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옐런은 밋밋하고, 서머스는 반대여론이 심하다 보니 둘의 교집합 성격으로 콘 이사가 후보로 등장한 셈이다.



◆'연준 킹메이커' 가이트너 = 이 과정에서 특히 시선을 끄는 인물은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이다. 오바마는 애초 티머시 가이트너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점찍었다고 한다. 가이트너는 오바마 취임때부터 재무장관을 맡아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밤낮없이 일한 오바마 정권의 창업공신이다. 외신에선 오바마와 가이트너의 관계를 어려운 시기를 동고동락한 프렌드십(friendship)으로 표현한다. 가이트너에 대한 오바마의 믿음이 얼마나 두터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가이트너는 오바마의 '연준 의장' 제안을 완곡히 거절하고 차기 의장을 뽑는데 오바마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고 한다. 형식상 조언이지만 사실상 '연준 킹메이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도를 감안할 때 가이트너의 한마디는 '결정적 한 방'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가이트너와 서머스의 인연도 주목할 만하다. 가이트너와 서머스는 1990년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때 재무부에서 호흡을 맞췄다. 서머스는 재무차관을, 가이트너는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보를 맡았다. 그때 인연을 계기로 가이트너는 출세가도를 달린다. 2003년 가이트너가 뉴욕연방은행 총재로 자리를 옮길 때 서머스 당시 재무장관이 뒤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했다고 한다. 가이트너와 서머스는 1기 오바마 정부에서도 재무장관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으로 같이 공직생활을 했다. 정부 내에서 둘의 의견 충돌이 잦았다고 하지만 10여년 전 재무부에서 일할 때에도 가이트너는 서머스에게 기죽지 않고 소신 발언을 한 후배였다. 가이트너가 서머스 카드로 사면초가에 빠진 오바마에게 어떤 조언을 할지 관심을 끈다.(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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