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각 정당이 대통령 선거 후보를 뽑는 시기가 되면 시사지를 중심으로 일부 언론들은 유명 역술인에게 대선 후보와 대통령 당선인을 묻는 일종의 설문조사를 한다.

역술인들은 보통 한 명을 거론하지 않고 운세가 가장 좋은 인물을 복수로 언급하기도 하지만,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편집으로 대리 투표전처럼 보도되기도 한다. 다만, 역술인들이 만장일치로 한 인물을 찍는 것을 경우는 찾기 어렵다.

이럼에도 실제로 궁금증을 넘어 불안감이 시달리는 정치인들이 대선 직전에 용하다는 역술인을 자주 찾아간다고 한다.

기업을 이끄는 CEO도 항상 불안하다.

보유 현금의 몇 배에 달하는 인수·합병(M&A)이나 투자를 결정해야 할 때 불안감은 극에 달할 것이다.

일부 역술인들은 인터뷰를 통해 CEO 중 누가 단골이라고 자랑하기도 하지만 대놓고 역술인을 찾아갔다고 밝히는 CEO는 거의 없다.

그러나 CEO, 특히 기업 오너의 상당수가 적잖이 역술인과 친분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사옥을 건립할 때 풍수지리 정도만 본다는 오너도 있다.

CEO가 불안감을 달래는 또 한 가지 방법은 전문 컨설팅사에 특정 사안을 의뢰하는 것이다.

컨설팅 의뢰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하거나 해외 진출, 인수 후 통합(PMI)을 포함한 M&A, 투자 등에 대한 전략과 전술을 습득하기 목적으로 추진되기도 하나 때로는 이미 짜놓은 계획에 명분을 얻기 위해 이뤄지기도 한다. 결국, 새로운 계획에 자신감을 더하자는 목적인 셈이다.

기업 실무진도 컨설팅사의 문을 두드린다.

다만, 경우가 조금 다르다. 이들은 CEO 등 경영진을 설득할 목적으로 컨설팅사를 끌어들인다. 이미 결정을 해놓은 상황에서 컨설팅 의뢰, 관련 프리젠테이션 등 일종의 요식행위를 통해 명분을 내세워 강조하는 것이다.

어쨌든 매사에 결단해야 하는 CEO들이 뜻밖에도 이처럼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 적잖은 자금을 투입해야 할 때는 물론 기업의 명운이 걸려 있는 사안을 결정할 때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재벌가에서 굿을 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아직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풍수지리 정도는 꽤 많이 보는 것으로 안다"며 "풍수지리는 역술이 아닌 과학이라고 강조하는 CEO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업을 운이나 컨설팅만으로 이끌 수는 없고 내부 사정을 정확히 모르는 외부 자문이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럼에도 CEO가 외부 자문을 구하는 것은 그만큼 외롭고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태원 SK 회장 재판에 최근 대만에서 신병이 확보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중요한 인물로 떠올랐다. 김 전 고문은 증권사 출신인 역술가로 알려졌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풍수지리에 밝다는 소문도 있다. 그가 역술가든 아니든 최 회장이 상당히 신뢰했던 인물이라는 말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김 전 고문이) 단순한 투자 에이전트가 아니며, 최재원 SK 부회장은 거의 복종할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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