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달 31일 KB투자증권은 전병조 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정회동 사장이 취임후 일주일 만에 낸 첫 번째 인사였다.

전 부사장의 인사 발령이 증권업계의 관심을 끈 이유는 그가 'IB업계에 몸담은 관(官) 출신 인사'기 때문이다.

행정고시 29회인 그는 재정경제원 시절 금융정책과와 재정경제부 시절의 지역경제정책과,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그리고 기획재정부 고위공무원을 지낸 뒤 2008년 증권업계에 발을 디뎠다. NH투자증권 IB부문을 총괄한 그는 지난해 KDB대우증권 IB사업부문 대표(부사장)로 자리를 옮긴지 일 년 만에 정 사장의 러브콜을 받고 KB투자증권에서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우리금융 매각 이슈와 관련해 전략적으로 선임된 정 사장에게 전 부사장이 어떻게 힘을 실어줄는지가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다.

이처럼 다방면의 네트워크와 추진력 없이는 성공하기 힘든 IB부문에서 기재부 등의 관 출신들이 갖는 장점은 분명하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여러 딜을 추진하다보면 금융산업 정책과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적 조언은 물론, 정부부처와 업계 관계자들과의 두터운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종종 관 출신 인사들이 선호되곤 한다"고 말했다.

앞서 IB업계로 진출한 기재부 출신 인사들의 행보가 업계에 회자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구본진 트루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기재부 차관보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대표적 인물이다.

행정고시 24회로 경제기획원 예산실,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지난 2012년 사모펀드(PEF)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독립을 선언했다. 전관예우도 마다하고 창업에 나선 구 대표는 회사 설립 1여년만에 1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방영민 삼성증권 부사장과 이현승 SK증권 사장도 마찬가지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인 방 부사장은 지난 2003년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IB사업본부장을 거쳐 현재 SNI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이 사장은 행정고시 32회로 지난 2001년 A.T. Kearney 경영컨설팅으로 자리를 옮긴 뒤 메릴린치IB, GE코리아를 거쳐 지난 2008년부터 SK증권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네트워크는 좋지만 전문성은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가뜩이나 어려운 IB업계 분위기 속에 초라한 성적표가 낙하산이라는 뭇매를 맞게 하는 이유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무래도 '모피아(mofia)'로 분류되다보니 평가가 더 냉정해지는 것 같다"며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자리로 가는 것은 문제지만 공직 생활에서 쌓은 경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디서든 앉아서 하는 행정은 도태되기 마련"이라며 "특히 증권업계 IB의 경우 기대가 큰 만큼 본인의 노력이 더없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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