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국내 IT 업체를 먹여 살리는 '쌍두마차'인 스마트폰과 반도체의 업황이 올해 들어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던 스마트폰 시장은 그 열기가 점점 식는 모습이지만, 극심한 침체를 보이던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면서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시장도 덩달아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반면, '치킨게임'이 끝난 메모리 시장은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한풀 꺾인 스마트폰 시장…'성숙기' 진입 =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 2010년 이후 분기별로 50~100%씩 급성장해왔다. 이미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앞다퉈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된 것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스마트폰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성장세가 주춤해지기 시작했다. 북미의 경우 보급률이 80%에 육박했고 서유럽도 70%를 넘어섰다. 한국 등 아시아 지역도 스마트폰 보급률이 6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무섭게 성장하던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의 실적도 다소 둔화되기 시작했다.

어느새 업계 1위가 된 삼성전자는 '갤럭시 S4'라는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 출시에 힘입어 지난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7천600만대를 기록했다. 이는 7천만대(지난 1분기)였던 기존 최고기록을 경신한 것이지만, 신제품 출시 효과로 8천만대가 훌쩍 넘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 결과 휴대전화 사업을 담당하는 IM(IT & Mobile) 부문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익도 전년 동기보다 각각 49%, 54% 증가했지만, 2분기 들어 영업익이 전분기보다 3%가량 줄어들면서 성장세는 다소 주춤해졌다.

그동안 절치부심했던 LG전자는 지난 2분기에 분기 최대치인 1천210만대 판매했다.

하지만 시장의 평균판매단가(ASP)가 떨어지면서 2분기 매출과 영업익은 전분기보다 각각 2.7%, 53.9%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시장 성장률은 갈수록 저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주력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둔화가 빨리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시장분석기관인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SA)는 전 세계에서 300달러 이상 스마트폰 시장이 내년부터는 3억2천만~3억3천만대 근처에서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1년 2억37천90만대에서 작년 2억9천220만대, 올해 3억2천490만대 등으로 성장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단 프리미엄 시장에서 구축한 이미지와 시장 점유율을 지키면서 보급형 시장에 대한 공략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주력이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통해 시장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비메모리 '주춤', 메모리 '반등 시작' =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비메모리 시장도 다소 부진했다. 비메모리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AP칩(스마트폰의 CPU)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과 함께 이전보다 침체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비메모리 부문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삼성전자의 경우 비메모리 사업부의 지난 2분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3조1천800억원)보다 6.3% 줄어든 2조9천800억원에 머물렀다. 전분기(3조4천600억원)보다는 13.8% 줄어든 수치다. 최근 몇 년간 매년 50% 가까운 매출 성장세를 보이다가 올해 들어서 성장세가 급속히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AP칩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비메모리 시장의 성장세 둔화 추세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 1위인 퀄컴이 새로운 신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PC용 CPU 시장을 장악한 인텔도 최근 AP칩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어 앞으로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그동안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메모리 시장은 올해 들어 완연하게 살아나고 있다.

메모리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최대 수요 제품인 PC 판매가 갈수록 부진해진데다, 업체 간에 무분별한 '증설 경쟁'으로 D램 가격은 폭락했다. 그 과정에서 한 때 18개에 이르던 메모리 회사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도시바(낸드플래시), 마이크론(엘피다 합병) 등 4개사로 정리됐다.

이처럼 치킨게임을 통해 D램 업계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된데다, 업체들이 D램 생산 라인을 대거 모바일용으로 전환하면서 PC D램 가격이 올해 들어 80%가량 급등했다.

모바일 D램 역시 작년에 61억7천만개 수준이던 수요가 (1Gb 기준)는 올해는 110억개 수준으로 2배가량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중저가 스마트폰이 점차 '고(高)사양화' 되면서 모바일 D램 용량 수요는 계속 증가한 것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의 올 상반기 매출은 10조8천200억원으로 작년 동기(10조3천100억원)보다 4.9% 늘어났다.

SK하이닉스 역시 올 상반기 매출(3조9천326억원)이 작년 동기보다 33.7% 증가했고, 영업익은 2천583억원 적자에서 1조4천306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메모리 시장이 보통 3~4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 사이클을 보인 만큼, 업황이 살아난 올해부터 2~3년간은 상승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관계자는 "업계 구조조정 등으로 수급 안정화 기조가 앞으로 몇 년간 유지될 것"이라며 "모바일 기기 중심의 수요뿐만 아니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다양한 제품의 시장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업황 회복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고부가·차별화'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원가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 미세공정 전환을 앞당겨 3분기엔 20나노급 D램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낸드플래시 생산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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